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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rry (랭리에서): 20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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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terLee
댓글 0건 조회 239회 작성일 1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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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rry(랭리에서)                                                   

 

랭리 정상에 누워 별자리를 더듬으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리라 하며 집을 나섰다.

  

우리 일행은 랭리 등정 입산허가를 받으려 밤늦게 Long Pine에 도착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서둘러 레인저 스테이션 입구에서 기다렸는데 입산 허가절차가 변경되어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아침 8시에  추첨형식으로 신청순위를 결정 입산허가를 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허가증을 받지 못해 22마일 고산 길을 당일로 다녀와야만 했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10시 30분경 산행길로 나섰다. 평상시에도 최소한 왕복 12시간 정도 소요됨으로 하산길에는 야간 산행이 불가피하고 더구나 밤에 간간이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있어 도착시각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처음 6.5마일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물길마다 통나무로 다리가 놓여있어는 비교적 완만하여 마치 산책길 같았다.  중심을 잃지 않게 조심조심 통나무 다리에 발을 디디니  어린 시절 시골  냇가를 걷는 그 기분이었다. 2시간 가량  지났을까 어느새 작은 능선에 올라와 있었다.  Cottonwood Lakes 들이 눈앞에 드문드문 나타 났다.  잔잔한 물결을 띈 호수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한 여름  더위를 식히는데 충분했다. 송어(Golden Trout)를 낚는 강태공들의 텐트가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Cottonwood Lake #4호수  거쳐   마지막 호수인 #5를  지나니  돌무덤 경사면이 기다리고 있다. 좀 위험한 지역이라 만약 이 길로 하산하게 되면 해지기 전까지  이곳을 지나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1.2마일 정도를 돌산절벽 스위치 백 길 따라 올랐다. 마침내 Old Army Pass (12,000ft)에 도달했다. 좌측 1마일 떨어진 언덕 New Army Pass가 보이고 Sequoia Park High Sierra 깊숙한 곳까지 한 눈에  펼쳐진다.  바로 지난주 그 속을 걸어 보아 그런지  더 가까이 친숙하게 보였다. 좌측 좀 떨어진 높은 곳에서 랭리 정상이 어서 오라 손짓하여  곧 발길을 이었다.

 

 

다음 2.3마일에는 고산에서 흔히 있는 너덜 지역이다. 돌로 덮여 있는 곳 사이사이 목이타 말라가는 잡풀만이 간간이 있다. 맘못과 다람쥐들이 돌 사이 구멍을 들락이며 자기만의 생활에 분주하다. 정상 봉우리 급경사가 우리를 가로 막는다. 이를 지나려면 바위를 비집고 경사가 높은 벽을 기어 올라가는 직코스(class 3)와 흘러내리는 모래와 돌을 밟으며 돌아가는 완만한 코스가 있다. 둘 다 정해진 길은 없이 편한 데로 길을 만들면 가면된다. 고도가 정상(14,032ft)에 가까와지니 고산증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일행이 있어 우리는 우선 완만한 코스로 오르고 하산 길에 직 코스를 내려오기로 의견을 모았다. 숨을 몰아쉬면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니 마침내 정상에 이르렀다. Whitney, Muir Peak등 고봉들이 목전이고 Sequoia 숲, Kings Canyon 이 눈앞에 펼쳐있다. 모두 환성이다. 나는 이어 ‘해가 지기전에 위험한 곳을 통과해야지.’ 하며 하산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계획으로는  1.5마일 더 긴 New Army로 하산하려 했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오던 길로  다시 가기로  했다. 각자 드리고 다 함께 포즈를  취해보고 하산을 서둘렀다.

 

조심조심 직벽을 내려와 Old Army Pass에 도착하니 저녁 8시경, 해는 이미 서쪽 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 돌무덤을 빠져나가야 한다. 마음이 조금 조급해진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일기 시작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이따금 던져지는 빗방울은 발길을 재촉한다. 먹구름 사이로 간혹 비춰주는 달빛 마저 산자락에 묻혀버려 랜턴 불을 밝혔다. 일행 모두가 에너지가 소진되어  발길이 늦어지고 있었다.  ‘정상을 위하여 60~70% 하산을 위하여 25~35% 그리고 예비로 5%정도로 에너지를 배분’해야 한다고 늘 말해 왔지만, 오늘도 역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무리한 산행임은 말할 것도 없다.  걸음걸이마다 중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일행이 넘어저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간단한 응급조치를  한후 다시 하산을  계속했다.  산은 매우 고요하고 구름사이로 달이 가끔 얼굴을 내밀어 한가로운 정취를 풍겨 주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싸늘한 공기가 땀을 식혀주어 기분이 더욱 상쾌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색 다른 야간 산행이다. 야간산행을 종종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 아래 먼 곳에서 5개의 불이 반짝이며 정상을 향하여 다가 오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 정상을, 미쳤구나. 일기예보도 점검 안 했나 비 온다던데,"하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기야, 우리도 이 시간에 하산하고 있으니 별종은 마찬가지”하며 쓴 웃음을 지어본다. 드디어 그 불빛들이 우리 앞에 다가왔다. Are you Ok? 우리에게 묻는다. Yes, We are. Thanks. 사실인즉슨 그들이 텐트에서 바라보니 언덕에서 불빛이 내려오더니 갑자기 오랫동안 멈춘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분명 사고를 당한것 같아   일행 모두가 구조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만으로 답했다. “Are you sure?”하며 다시 확인한 후 돌아섰다. 나는 'Yes, We are. Thanks'란 대답으로 인사했는데 그 대답으로만은 부족했음을 즉시 알아차렸다. 너무 피곤해서 그랬다고 곧 변명하고 말았다.  천천히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침묵이 나를 감싸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의 마음가짐이 나를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이 시간에 정상이라니?’하며 비양 비슷한 말을 했지 않았는가. ‘우리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하며 스스로에 질문도 던저 본다. 그들에게 미안하고 내가 바보스러워 기분이 씁쓸해졌다. 나도 모르게 “I‘m Sorry. I'm Sorry"하며  중얼거렸다.

 

호숫가에 이르렀다. 불을 밝히여 간신이 허기를 달래고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젠 먹구름도 가시고 달은 환하게 발길을 비추어 준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달 빛줄기가 유난히도 선명하다. 쉬엄쉬엄, 조심조심, 터덜터덜, 투덜투덜 새벽 2시 30분경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몸은 피곤해도 성취감에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정상에 오른 벅찬 감정, 피곤한 다리로  밤길을 걷는 색다른 기분, 달빛 안내를 받으며 숲 속의 주인 되어 보는 느낌등 소중한 체험들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듯 하다. 그러나 깊은 산속 야밤에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서는 진짜 산 사나이들이 보여준  그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피곤한데도 마음이 쓰여  쉽게 잠이 오지를 않는다. 아마도  내 뇌리에 노랫동안 머무르며 산사나이의 됨됨이를  가르쳐 줄 것이다.

 비록 정상에서 별을 세며 지내는 즐거움은 놓쳤어도 평생 간직할  교훈을 안고 내려와 가슴 뿌듯했다.

 

오랜만에  갖어본 뜻 깊은 산행이었다. 김중석, 조상하, 승원표, 김성겸, 탁재홍, 김학수, 강원철, 이창신, 박종석 님들이 함께 하여 더욱 그러했다. (07/20/2013, 이 만 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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