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길 斷想 (Ⅱ) :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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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斷想 (Ⅱ)
근 넉 달 만에 ‘자전거 길’에 다시 나서 한 시간 남짓 걷고 되돌아섭니다. 서쪽 하늘이 말갛습니다. 무더기져 수繡 놓은 홍시의 군무群舞, 우러러보는 순간 마음도 말갛게 물듭니다.
해님이 동녘에서 올라 온 누리에 삶의 원천源泉을 내리고 서녘으로 스러진, 또 하루의 역사役事를 마무리한 장엄莊嚴입니다. 황홀한 낙조落照, 하지만 이는 잠깐뿐입니다. 곱디고운 연분홍 말간 색깔은 엷은 푸름으로, 이어 잿빛으로, 그리고는 피안彼岸으로 스러집니다.
어둠이 내리자 가로등이 눈을 뜹니다. 곧게 뻗은 길에 오십 보步 간격으로 늘어서있는 가로등은 등대 빛처럼 실존으로 군림君臨합니다. 오렌지색의 안온함은 따사로움도 함께 안겨줍니다.
이 따뜻한 느낌은, 이승에 계시지 아니한 어머니의 품을, 어머니의 체취體臭를 그리게 합니다. 이민移民 떠나올 때, 어머니께서는 제게 흰 손수건으로 겹겹이 싼 조그마한 뭉치를 주시며 도착해서 풀어보라고 말씀하셨고, 거기에는 늘 끼고 계시던 순금 쌍가락지 반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흔히 ‘10년 세월은 강산江山도 바꾼다.’고 합니다. 어느덧 어머님 가시고 세 번의 강산이 바뀌었고, 역마살驛馬煞이 낀 타향살이는 곧 성상星霜 마흔 개를 헤아리게 됩니다.
스스로 택한 이민의 삶, 뒤돌아보아도 앞을 내다보려도 이렇다 할 족적(足跡) 한 줄 남아있지 않고 보일성싶지도 않습니다. 미욱하기에, 이 회한悔恨은 좀처럼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늘 가슴 한 켜에 공허空虛를 지니게 합니다. (2013/03/05)
● 空 虛
―――철조망 너머 (Ⅰ)
지난 해 9월7일, 한 쌍의 의자 殘骸가 발걸음을 떼어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소설가 최인호는 그의 新作 암투병기『최인호 인생』에서 “생(生)은 신이 내린 명령(命令), 그래서 생명(生命)이라고” 서술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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