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시절: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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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시절
지난해 봄철에 시작, 지구촌 방방곡곡을 공황恐慌에 몰아넣은 Covid-19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늦게나마 개발된 백신의 면역력 획득에 필요한 접종 횟수는 2번에서 3번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지난 4월 27일 화이자의 최고 경영자(CEO)가 알약 형태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초기 임상 실험 중이며, 올해 안에 미국에서 보급될 수도 있다고 발표해 밝은 전망을 내비칩니다.
올해는 여름철이 시작되는 하지夏至가 어린이날인 5월 5일과 겹쳤습니다. ‘집콕’에 갇혀 지내며 가물가물한 기억력, 얼핏 떠오른 생각의 끈을 이어붙여 Time machine을 타고 70여 년을 거슬러 꼬맹이 시절로 되돌아갑니다.
• 1-4 후퇴 때 대구 부산으로 피난 가서, 남쪽 지방의 억센 억양抑揚으로 ‘다마내기-서울내기’로 불리며 놀림당했습니다. 대구 달성공원 개구멍으로 들어가 도토리를 주워 오는 즐거움(어머니께서는 맛있는 도토리묵을 만들어 주셨음)에 빠졌습니다.
• 인천 학익국민학교 다닐 때, 책과 공책을 보자기에 싸서 허리춤에 묶고 다니던 시절에, 꼬맹이는 누님이 사주신 란도셀 책가방을 메고 다녔습니다. 그때의 우쭐했던 치기稚氣는 여태껏 남아있어 생각날 때마다 혼자 웃습니다.
• 정월 대보름날 선친께서 만들어주신 튼튼한 방패연으로 작고 나약한 가오리연을따돌리고 하늘 높이 올렸던 기쁨은 꿈꾸는 듯싶었습니다.
• 지금의 인하전문대학이 자리한 곳은 중국인들이 농사짓는 텃밭이었습니다. 꼬맹이가 “토마토 한꽝 주이소” 어른 농부에게 반말투로 무례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 중학교 입학 전, 원효로에 있는 이발관의 듬직한 이발사는 이발 의자 팔걸이에 가로로 긴 널판자를 걸쳐놓고, 그 위에 키 작은 꼬맹이를 앉혔습니다. 바리캉으로 무성했던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밀어내고, 기억자(ㄱ)로 접어지는 면도기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이는 면도날을 꺼내 살갗에 남은 머리카락 자국을 말끔히 지웠습니다.
• 서울에 자리한 중학교에 들어간 선물로 선친이 사주신 시계, 지구의地球儀 모양이 그려져 있고 야광夜光도 달린(상표는 잊었음) 손목시계는 시곗줄에 구멍 2개를 더 뚫었기에 시곗줄 끝이 숫자판을 덮었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아 냇물아 푸른 벌판을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 우리들 세상
――― 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 동요〈어린이날〉전문
어느덧 일흔의 절반 고개를 넘어선 늙은이가 ‘오월의 푸른 하늘과 벌판’을 기쁜 마음으로 거리낌 없이 노래[歐歌]하려는 마음은 어불성설입니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마음과 노년기에 접어들어 커지는 노욕老慾은 상극相剋이라기보다 평범한 사람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삶의 한 과정이라고, 애써 변명합니다.
오래전부터 널리 전해 내려온 “나이 들수록 삶에 충실하라.”는 고언苦言은 노년기에 들어서는 ‘마음 내려놓기’와 ‘마음 비우기’로 욕심을 거두고 평정심을 지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앎과 실천은 크게 달라, 졸자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습니다.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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