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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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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2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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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바다를 산보다 먼저 다녔습니다. 바닷물을 처음 들이킨 곳은 꼬맹이 때, 주안 염전 옆 바다(?)입니다. 바닷물에 몸을 눕히면 가라앉지 않고 떠오름을, 넷째 형님(꼬맹이는 오남이녀의 막내)이 꼬맹이가 타고 있던 튜브를 뒤집어 체험으로 깨우쳐 주셨습니다. 바다와 가까워지자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음이 열렸고, 좀 더 커서는 인천 여객부두에서 떠나는 시도, 용유도, 무위도, 영종도, 덕적도 등 섬을 찾아다녔습니다.

     ‘방콕에 갇혀 지내도 세월은 멈추지 않습니다. 바다와 산에 안기고 싶은 욕심을 6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어설픈 기억 조각을 이어 붙여 되살려 봅니다. 내일이 6월 초하루, 무더운 여름철이 시작되며 5일은 보리가 여무는 망종芒種을 맞습니다.

     • 파열음 화답和答 : 여행사가 관광버스를 도입해서 동인천-송도 유원지 정기노선을 열었고, 젊은 커플들은 이 버스 좌석 한 줄씩을 그들만의 전용공간으로 차지했습니다. 밤에 유원지를 떠나는 막차, 어둠 속을 질주하는 관광버스 안은 위-아래 4개의 입술이 오랫동안 포개져 있다가 숨이 가빠지면 떨어집니다. 이때 ~~파열음破裂音이 길게 터져 나옵니다

     이 젊은이들의 열기熱氣, 어느 한 곳에서 터지면 곧이어 여기저기서 이어져 화답했습니다.

     • 영종도 소라 줍기 : 노를 저어서 나가는 나무배, 뱃사공 외에 2명이 타는 작은 배에 올라 수평선을 향해 나갑니다.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 내려, 석유를 묻힌 솜뭉치 불로 칠흑 어둠을 밝힙니다. 널브러져 있는 소라를 집어 등에 짊어진 망태기에 던져 넣습니다. 신비한 느낌은 잠시, 하나라도 더 줍겠다는 물욕物慾은 밀물이 되 흘러들 때까지 계속되고, 무릎까지 차면 사공의 재촉으로 배에 오릅니다.

     부두에서 처음 만나, 뱃삯을 아끼려 함께 소라를 줍던 여인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녀가 할머니가 되었음은 틀림없으나, ‘칠흑 어둠을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어둠의 백령도 : 교내 신문 편집을 맡고 있을 때 여름방학을 앞두고 새로 취항하는 여객선 광고를 싣게 되어, 선박회사 2세와의 친분으로 소정의 광고료 외에 가장 멀리 떨어지고 다녀오지 못한 섬, 백령도 왕복 승선권 5장을 덤으로 받았습니다.

     인천항을 떠나 망망대해를 12시간 넘게 파도를 헤쳐서 피곤에 잠겨있을 때, 배는 바다 한가운데서 멈춰서 긴 뱃고동을 울립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조금 움직이고 다시 뱃고동을 울리기를 두세 번 되풀이 했습니다. 연세가 많은 승객 한 분이 회답 고동을 받지 못해 저런다, 잘못되면 큰일 난다.”고 걱정하셨습니다. 북방 한계선을 피해 공해公海로 나가 응답을 받고서 들어가게 되는데, 그날따라 항해사의 착오로 예정 지점 도착 전에 뱃고동을 울린 탓임을 상륙 후에 알았습니다. “잘못되면 큰일 난다.”는 말은 북한 땅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휴전선 바로 밑에 있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때의 백령도의 느낌은 적막의 세계였습니다. 낮에는 망망대해와 이따금 고깃배의 드나듦 그리고 군인 초소가 보였을 뿐이고, 해가 지면 불을 피우거나 밝힐 수 없어 완연한 암흑의 천지였습니다. 초소에 근무하는 해병대 장병들과의 만남이 유일한 소통이었고, 대부분 시간을 군막사와 초소에서 곁다리로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방문했을 때는 홍합 수확 철, 싱싱한 홍합을 만끽했고, 날카로운 홍합 껍데기에 왼쪽 발 복숭아뼈 옆의 살갗을 베었습니다. 백령도에선 곧 멎은 상처가 서울로 돌아와서 덧나 며칠 고생했고, 흉터는 아직도 어슴푸레 남아 있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 Covid-Pandemic은 백신 개발과 접종을 서둘러 온 이곳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진정鎭靜 국면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거주하고 있는 California State는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해 백신 복권11,650만 달러를 지원incentive한다고 합니다. 이는 Biden 대통령이 밝힌 접종으로 July 4th 전에 집단 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도 보탬이 되기에, 서른 나흘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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