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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과수원: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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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38회 작성일 19-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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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과수원

 

     지난달 28일 가을 과수원에, 지난해 11월에 처음 찾았던(拙文겨울 과수원’ 2018/12/10) 대추농장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알알이 영그는 대추가 탐스럽습니다.

     찬 이슬과 흰 서리가 내린다는 한로寒露를 내일 맞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봄철과 더불어 짧아진 가을철이지만, 바야흐로 완연한 늦가을로 접어듭니다.

 

왕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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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1:32 PM


     기다랗고 푸르스름한 색깔이 아닌, 새빨갛고 통통한 대추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빨간 알갱이들이 하늘 높고 말 살찌운다는 가을 하늘을 한층 휘영청 밝힙니다. 캄캄한 하늘의 은하수처럼.

 

바람, 바람에 휘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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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13 PM


a0a996c8df1ef6ac62bd1371d8236e4f.jpg 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16 PM

 

     산들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리고는 거세진 바람이 대추나무 가지를 껴안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알갱이를 이리저리 휘어지게 합니다. 대물림하려는 본능, 튼실한 열매를 남기려 아등바등 매달립니다. 늦둥이부터 젖줄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모태母胎, 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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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1:48 PM


e18feaaf96b0b1af67218094fb56188f.jpg 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24 PM

 

     바람에 떠밀려 떨어진 대추가 길게 이어진 이랑에 나뒹굽니다. 형제들을 남기고 먼저 떨어져 나왔으나,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감은 모든 목숨붙이에게 공평합니다. 양쪽의 나뭇가지가 참척慘慽의 아픔을 그림자로 나래 칩니다.

 

적나라한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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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29 PM

 

     갈가리 찢겨 진 몸통, 드러난 속살이 처연합니다. 살아있는 한 해마다 꽃 피우고 알갱이를 키워온 삶의 여정, 그 인고忍苦의 생생한 나날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는 나이 들어 초췌해지는 노년老年과 같습니다.

 

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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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36 PM

 

     누렇게 탈색한 잎새에 검게 타들어 가는 알갱이, 꽃 피우고 열매 맺었으나 중증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릇 생명체는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한 과정입니다. 측은하고 애처롭습니다.

 

지킴이, 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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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erne Valley, CA Sep./28/2019 02:45 PM

 

     눈을 부릅뜬 험상궂은 부엉이가 새떼를 쫓아내려 농원 입구에 앉아있습니다. 여무는 대추 알갱이를 지킵니다. 멀리서 보면 살아있는 듯싶은데, 구리 주조물입니다. 꼬맹이 때 허수아비를 연상시켜 혼자 빙그레 웃습니다. (21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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