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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38, 만추晩秋: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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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1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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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만추晩秋

 

     높고 푸른 하늘은 맑고 밝습니다. 산들바람이 산허리를 감아 돕니다. 완연한 가을철로 접어든 산숲은 고요하고 아늑합니다. 길 따라 묵묵히 오르내리기에 충실하면 마음이 비워집니다. 무상무념無想無念.

 

샘물터


1b79fb136ad367cc79fcad922fbdb42d.jpg Mt. Baldy South Route, Oct./06/2019 10:54 AM

 

     산마루 어디서부터인가, 산골짜기 땅속으로 흘러 내려온 샘물이 땅 위로 솟아 해님을 영접합니다. 땅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받은 샘물은 끊어짐이 없습니다. 여태껏 늘 다니던 길목에서 이제야 샘물터가이곳에 지금있음을 깨닫습니다.

 

쇠 락衰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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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South Route, Oct./06/2019 11:14 AM

 

     몇백 년, 몇천 년의 삶을 이어온 고목이 주검을 앞두고 서 있습니다. 앙상하게 뻗친 팔, 헐벗겨진 몸통이 말라서 떨어질 때까지 버팁니다. 바람이 점수點授해 준 그곳에서 묵묵히 감내한 삶이기에 진실하고 솔직합니다.

 

Determined Lif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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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South Route, Oct./06/2019 11:46 AM

 

     가파른 오름길, 울퉁불퉁 돌길이 이어지는 바위너설 틈새에 야생화가 꽃망울을 살며시 열었습니다. 무수한 등산화가 지나갈 때마다 휘날리는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고고성呱呱聲을 지릅니다. 생명의 경외입니다.

 

속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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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South Route, Oct./06/2019 12:26 PM

 

     몸통이 잘려나간 고사목의 밑동이 속살을 내보입니다. 아픔을 참고 견디는 모습이 처절합니다. 천둥을 몰고 온 벼락이 곧게 뻗어 오른 고목에 애꿎은 횡포를 남긴 흔적입니다. 운명이라 체념하기에는 가엾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

     201710월 산악회의 Dry Lake 산행(拙文 山29, 火魔가 할퀸 傷痕) 이후 산숲에 안기고 싶은, 산오름의 갈망渴望은 우거가 자리한 UplandS.F.지역의 야트막한 야산으로 갈음해왔습니다.

     지난 106, 2년의 공백 끝에 Mt. Baldy South Route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떨어진 체력은 고작 Sky Hut까지만 오름을 허락했습니다. 예전에 오르내리기에만 쫓겨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산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넉 장에 담았습니다.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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