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39, 한겨울 삽화揷話: 2019-12-02
페이지 정보
본문
山숲 39, 한겨울 삽화揷話
지난 추수감사절 전날(11월27일)부터 우거寓居가 자리한 Upland 지역에는 겨울비가 사나흘 연이어 내렸습니다. 북쪽으로 우러러 보이는 Mt. Baldy, Ontario Peak, 그리고 Cucamonga Peak에는 올겨울 첫눈이 수북이 내렸습니다.
산자락을 휘감아 내린 애애皚皚한 백설은 어느덧 한겨울의 문턱에 올라서 있음을 확인시킵니다. 해발 10,064 feet의 Mt. Baldy 산마루에 펼쳐진 눈꽃의 향연饗宴은 내년 4월까지 이어져, 봄을 맞이하는 전령사傳令使 역할도 맡습니다.
● 뿌리의 실존實存
Marshall Canyon Trail, CA. Nov./19/2019 11:38 AM
나무의 根幹
땅 위로 現身
한겨울 햇살
지금-여기 存在 증명.
지난달 19일, Claremont Hills 공원서 LA County 경계를 넘어 들어, 가파른 Marshall Miller Trail로 내려가 Marshall Canyon Trail을 만나 다시 올라섭니다.
폭이 좁은 호젓한 오솔길을 굽이 돌아 오르기 두서너 번, 꺾어지는 길목에 이르자 맥박은 더욱 가빠집니다. 숨 고르려 멈춰 서는데 무엇에 홀린 듯싶게 몸은 저절로 뒤돌아섭니다.
순간, 눈앞에 얽히고설켜 있는 고목의 뿌리가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땅속에 묻혀서 몇백 년 몇천 년을 살아오며, 땅의 정령精靈을 길어 올려준 생명의 근간根幹이 어찌 된 일인지 땅 위로 올라와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꿈속의 헤맴이 아니고 햇살 쏟아지는 한낮의 깨어있음에,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자연을 훼손시키는 인간의 무분별한 온갖 야만스러운 행위가 ‘땅의 정령을 진노震怒케 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고, 이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
위의 두 산길은 산책로이기보다는 산악자전거들이, 특히 주말에 많이 찾아 붐빕니다. 굽이져 꺾어 도는 너비를 넓히려 산자락을 깎아내고, 여기에 장맛비나 폭우가 내려 산자락이 무너져 내린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그네의 추측(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기에)이지만, 자연에 의한 폐해가 아님은 확실합니다. 자연은 그의 품 안에 안기는 모든 생명을, 비록 하찮은 생명일지라도 외면하거나 해코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내내 등산화는 무거워져, 내딛는 발걸음을 버겁게 했습니다. (2019/12/02)
- 이전글바람 당신: 2019-12-18 19.12.18
- 다음글여 정: 2019-11-03 19.11.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