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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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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32회 작성일 2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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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이락이 자라나고

욕망과 기억이 뒤섞이고

봄비는 잠든 뿌리를 일깨우네 T.S. Eliot(1888/09/26~1965/01/14) 황무지(The Waste Land)

 

     4월을 맞이했습니다. CVID-19 Pandemic에 갇혀 지내며 삶의 방향과 의욕을 잃은 채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사는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를 보여 주었다.”평을 받아 온, T.S. Eliot의 시를 찾아 읽고, 다시금 옛 사진 파일(2010/2011/2012)을 찾아 컴퓨터 모니터에서 봄의 정취를 맡습니다.

손에 손잡고

 _MG_5496-re1200.jpg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r./03/2010 12:25 PM (#5496)

 

     파란 하늘에 하이얀 뭉게구름, 삐죽이 솟은 초록빛 들풀 초봄의 싱그러운 산등성이서 손에 손잡은 젊은이 한 쌍couple 몸을 바르게 앉아[正坐] 있습니다.

     따사롭게 내리는 햇살 아래 용솟음치는 청춘을, 절제節制하며 구가歐歌하는 그들은 진정 아름답습니다.

 

초 연[aloofness]

 _MG_5656-C-re1200.jpg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Apr./27/2010 11:39 AM (#5656-C)

 

     보라색 야생화가 둥그렇게 둘러서, 성곽城廓을 쌓듯 산등성이에 군림합니다. 한 뿌리에서 엇비스듬하고 길쭉이 뻗은 줄기에 꽃망울이 촘촘합니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편한 양지바르고 평탄한 들판이 아닌, 건너편 산마루가 가깝게 다가오는 낭떠러지를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의젓하게 앉아있습니다.

 

소 생蘇生

 _MG_6547-re1200.jpgChino Hills Stat Park, CA. Feb./05/2011 02:18 PM (#6547)

 

     불기둥이 휩쓸고 지나간 산숲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까맣게 거스른 나무, 그 가지에서 초록색 잎사귀가 솟습니다. 생명의 소생, 부활입니다.

     자연이 모든 목숨붙이에 내리는 은혜, 베풂입니다. 사람이 자연의 품 안에 안길 때, 경외에 전율戰慄하는 까닭입니다.

 

진분홍 정적靜寂

 _MG_6624-re1200.jpgEuclid Ave. Upland city CA. Apr./27/2011 10:40 AM (#6624)

 

     진분홍 꽃을 피운 키 작은 꽃나무가 앞마당 화단과 자리하고, 새 삶의 터전으로 옮겨지기를 기다리는 꽃나무는 손수레에 실려있습니다.

     봄철 따사한 햇살이 집 뒤쪽의 키다리 나무 잎새를 통과해, 잔디에 동그란 그림을 연이어 남깁니다. 진분홍색 꽃잎이, 고요 속의 잠잠함 한낮의 평화를 일깨웁니다.

 

희디흰 꽃잎

 

JPG7671-T-re1200.jpgChannel Islands National Park, CA. Mar./24/2012 02:14 PM (#7671-T)

     너른 들판을 꽉 채운 희디흰 꽃잎을 활짝 핀 야생화, 선착장에서 산등성이로 오르는 길목, 오전에는 그냥 지나쳤으나 돌아올 때 발걸음이 붙잡혔습니다.

     불현듯, 하얀색도 때로는 검은색과 함께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고요하고 엄숙[肅然]에 잠깁니다.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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