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 5, 소주 燒酒: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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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제 5부 소주 燒酒 Soju
소주-글자의 뜻은 한문으로 燒-사를소, 酒-술주 입니다. 사르다는 ‘불을 사르다’라는 뜻 입니다. 즉 Brandy 의 어원과 거의 같습니다. 불 태운 술, 증류주라는 뜻이죠.
소주는 우리나라 증류주로 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진화되었습니다. 고려, 몽고의 침략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몽고의 원은 13세기 중동 정복때 페르시아에서 배워온 증류주 제조법을 고려에 남기고 갑니다. 그때 원군은 주둔하고 있었던 개성, 안동, 제주에 양조장을 차려 자국 군인들에게 술을 배급하였습니다. 그 후 그 지역에서 소주가 발달되고 전통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당시, 증류한 술을 ‘아락주’라 불렀는데, 이 아락주가 우리나라의 첫 증류주이며, 소주의 시초입니다.(아랍인은 증류기에서 한방울 한방울 알콜이 만들어 지는것을 보고 “땀”이라는 뜻인 아락 Arak, عرق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부터 내려온 증류주(소주)가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마시는 소주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쌀로 술을 담아 증류하여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지난편 에서 포도만이 가장 당분이 많은 과일이여서 술을 쉽게 만든다고 했는데, 쌀은 달지도 않은데 어떻게 술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건 쌀이나 곡물의 몸통이 녹말(탄수화물)로 되어 있기에 그렇습니다. 탄수화물은 화학적으로 당분이 결합된 물질입니다. 발효시 쉽게 당분으로 분해되고, 그 당분이 알콜로 변합니다. 그래서 술을 담글때는 포도외에 녹말이 풍부한 곡물을 사용합니다. 보리, 밀, 호밀, 수수 등 여러가지 곡물로도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소주는 계속 같은 방식의 제조법으로 전해 내려 왔고 인기를 누렸지만 평민들은 막걸리나 약주도 마시기도 힘든 형편이였고, 증류주인 소주는 매우 비쌌었기에 1950년대 중반까지 돈 많은 양반만 마실수 있는 고급술이였습니다. 일제 강점기때 전쟁 물자를 만들기 위해 한반도에 감자를 많이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때 남는 감자로 만든 소주가 퍼지기 시작해서, 일제 시대때 한반도에는 3,000개의 소주 양조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독립되고 한국전쟁후 한국은 너무 가난하여 해외에서 원조받은 당밀등으로 조금씩 술을 만들었습니다. 또, 1965년 한국정부는 곡물로 술을 담는것을 완전 금지하게 되어 순곡주는 사라지고 술이 귀하게 되자, 그때부터 희석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유신헌법(1972)이 만들어진 해에 정부는 국민에게 술을 권장하기 위하여 주정을 싸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 대한주정판매(주) 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점권을 줍니다. 그때부터 대한주정판매(주)가 독점으로 제조하여 모든 소주사에게 공급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모든 주정은 대한주정판매(주)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주정과 희석주를 설명하면, 1편에서 얘기 했듯이 증류는 발효주를 끓여 더 높은 알콜 돗수의 술을 얻는것이라 했습니다. 실제 증류시에는 끓이는 술에 있는 수분도 같이 증발되어 그 혼합된 수분과 알콜이 섞여 증류주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40% 정도나 그이상의 알콜 함유량을 가진 술이 되게끔 만듭니다. 이것이 통상적인 증류주의 제조 방법입니다. 이때, 더 높은 도수의 알콜을 얻기 위하여 몇번씩 증류를 하게 되면 95% 이상의 알콜만 남게 되는데, 이 순도 높은 알콜을 ‘주정’이라고 하고, 여기에 물을 타서 희석시킨 술을 '희석주'라고 합니다.
지금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2불-5불짜리 소주는 모두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든 희석주입니다.
다시, 대한주정판매(주)로 돌아가면, 이 회사는 1972년에 세워진 주정 독점회사입니다. 공기업도 아닌 회사가 주세법 제 40조항에 회사명까지 명시되어 있었다가 1995년 개정때 빠졌지만, 지금도 주세법 제 42조에 “주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구입ㆍ사용 또는 보유하거나 제조장에서 출고할 수 없다.” 라고 하여 아직도 독과점을 법으로 지켜주고 있습니다. 또한, 술에 관한법은 다 주세법에 있는데, 이법을 보면 대부분이 세금에 관한 부분이라 국세청장이 많은 부분에서 법적 권한을 간섭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역대 대한주정판매(주)의 대표는 국세청 고위 간부로 퇴임한 인물들이 맡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회사가 지금까지 계속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의문입니다. 국세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면 회계사 이상으로 이에 밝은 사람들 일텐데 독과점 기업이 적자라면 뭔가 이상하죠?
롯데나, 보해 같은 소주 제조사들이 주정제조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전국에 모두 9개의 주정 제조사가 있지만, 이들이 만든 주정은 모두 대한주정판매(주)에 납품을 하고, 대한주정판매(주)가 다시 소주회사에 공급합니다. 자기들이 만든 주정을 모두 대한주정판매(주)에 납품하고 다시 받게 되어있어, 더 이상하죠? 진로는 소주는 만들되 주원료는 직접 만들지 않는다? 그것도 이상하고, 그 많은 소주회사들이 모두 한 곳에서 주원료인 같은 주정을 같이 배급 받는다? 참 이상하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덧 붙이면 이런 비슷한 일들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드카 제조법 또한 비슷한 방식입니다. ADM-Archer Daniels Midland 라는 년 매출 600억 달러가 넘는 대기업에서 순도 95%의 주정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데 아무도 이가격을 이길수 없어 많은 보드카 회사들이 이 회사로부터 주정을 구입하여 보드카를 만듭니다. 차이라면, 한국은 법으로 독과점을 하게 했지만, 미국은 자본의 안보이는 손에 의하여(가격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 독과점이 가능하게 되었죠.
어쨌든, 주정 제조 방법으로 다시 돌아오면, 1972년 전까지는 소주 회사들이 감자나 고구마로 주정을 만들어 제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한국정부는 대한주정판매(주) 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로 하여금 인도네시아에서 감자보다 가격이 월등히 싼 타피오카로 주정을 독점으로 만들어 소주사에 공급하게 합니다. (타피오카는 카싸바 나무의 뿌리에서 추출한 녹말로서 콩알만하게 만들면 보바가 됩니다) 그때부터 모든 소주 회사는 대한주정판매(주)에서 똑 같은 주정을 배급받아 소주를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 소주값이 싸져 국민의 술로 거듭나게 됩니다. 기록에 의하면 70년대 초반까지 막걸리가 국민이 제일 많이 마시는 술이였는데 그후로는 소주로 바뀌게 됩니다. 양으로만 따지면 추후 맥주로 바뀌기는 합니다만.
그럼, 같은 재료로 만든 소주의 맛은 어떨까요? 1부에서 술의 맛을 따지지 않겠다고 했는데, 소주는 다 똑같은 원료로 만든 술이라, 맛에 관하여 얘기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위에서 얘기한대로 럼이나 위스키같은 증류주는 대부분 증류때 얻은 수분이 알콜과 함께 어우러 지고 에이징 되어 그 술맛을 냅니다. 하지만 희석주는 95%의 알콜 주정이기에 알콜맛 뿐입니다. 즉 알콜의 ‘약품같은 맛’ 외에는 아무런 맛이 없습니다. 이런 주정을 기본으로 거기에 ‘몇백미터 암반수’로 만든다는 등, 어느 특정지역의 좋다는 물이라는등, 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하지만 물 자체가 크게 맛을 좌우 하지는 않죠. 맛은 소주에 섞는 설탕의 양과 그외 향료의 성분이 좌우합니다. 특히 설탕은 알콜의 맛을 없애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물론 설탕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90년 대 전까진 사카린을 넣었고, 그후는 스테비아 -설탕의 300배 단 설탕대용- 를 넣습니다. 80년대 미국에서는 사카린 수입을 금지하여 한국산 수입 소주를 볼 수가 없었고, 그후 90년대 사카린 대체를 넣어 미국에 수출한 소주가 한국에서 마신것과 맛이 달렀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참고로 스테비아는 코카콜라등 모든 청량음료에 들어가는 설탕 대용품입니다.
예를 들어, 보드카의 맛은 거의 비슷합니다. 보드카도 소주와 같은 희석주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보드카는 다른것을 넣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에 많은 보드카의 맛이 비슷합니다. 여기서 관심이 있으시면 실험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컵에 보드카와 물을 1:1로 타고 설탕 한스푼 넣으면 여타 소주와 맞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뜻은 소주가 각 회사의 특유의 재료로 맛을 다르게 하여 마케팅하고 있지만 사실 맛이 거기에서 거기라고 할수 있습니다. 즉 코카콜라와 펲시콜라 맛 차이정도라고 비유해도 되지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소주를 나쁜 술이라고 하고 지금까지 그다지 좋은 인상을 얻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미리 결론을 얘기하면 그것은 틀린것 입니다. 70년대, 순도 95%의 주정에 물을 타서 술로 만드는 과정이 마치 화학품에 물을 타는듯한 모습이기에, 화학주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훗날 주정이 인체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첨가해서 만들어 졌다는 루머가 퍼져, 아직도 인터넷에 찾아 보면 남아있습니다. 이때문에 소주 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가짜 뉴스입니다. 에틸 카바메이트라는 화학재료를 사용하여 주정을 만들었다고 하는것이 대표적인데, 이는 식용 주정을 만들때 법적으로 사용할수 없는 재료이며, 또 이걸 사용해야 95%의 순도 주정을 만들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주정은 식물의 당분을 발효, 증류해서 만들어야 하게끔 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즉 화학주라는 단어 자체가 틀린 말입니다.
어쨋던 1999년 이후 곡물로 소주를 만드는것이 허용되었고, 예전 부터 소주를 담았다는 안동같은 데서 프리미엄 소주를 만들어 판매 하는데, 이건 희석주가 아니고 증류주 이기에 가격이 비쌉니다. 맛도 괜찮다고 하는 리뷰도 많이 보았습니다. 종류도 여러가지에 맛과 향이 다른 소주도 많이 있더군요. 물이 좋다는 콜로라도주인 미국에서 만든것도 몇가지 봤습니다. 사실때는 꼭, 희석주(Diluted)가 아닌것을 확인 하고 사셔야 합니다.
또한 소주는 90년 대 부터 순하게 한다고 알콜 도수를 내리는 경합이 소주사간에 벌어져, 25도의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한때 15도까지 내려 갔다가, 지금은 참이슬 후레쉬가 17.8도, 클래식이 20.1도로 맞춰졌습니다. 결국 술을 더 많이 판매하려는 소주사의 의도가 성공한 결과로 되었죠. 낮춰진 알콜도수로 인해 소주는 누구나 다 마실수 있는 술이 되어 소주의 판매량이 극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거기에 1977년 부터 지역을 나누어 판매를 보호 받던 지역구가 위헌으로 폐지(1996)되어 수도권을 장악하던 진로소주는 과감하게 지방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어 지방의 판매량을 늘리게 됩니다. 롯데역시 처음처럼으로 그 뒤를 바짝 좇았구요. 그로 인해 진로는 술로서 단일 종목으로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판매하는 회사로 등극하게 되고 뒤를 따르던 롯데는 단일종목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파는 회사가 됩니다. 부연 설명으로, 위스키가 단연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술의 종류지만 그걸 회사별로 따져 보면 진로나 롯데 만큼 많이 파는 회사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소주의 브랜드도 다양하여 알아 보니 아직도 지역적으로 분포되어 있네요. 서울은 진로의 참이슬, 강원도는 롯데의 처음처럼, 충북은 시원의 시원한 청풍, 충남은 맥키스컴퍼니의 O2린, 전북은 진로의 하이트 소주, 광주- 전남은 보해의 잎새주, 대구-경북은 금복주의 참소주, 울산-경남은 무학의 화이트와 좋은데이, 부산은 대선주조의 C1 그리고 제주는 한라산의 한라산소주로 각각 지역마다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소주는 우리나라 술이기에 얘기할거리가 많습니다만 이 정도로 줄이고 ‘진로’의 이야기를 나중에 술 제조사만 따로 모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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