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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素描, 15: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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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47회 작성일 19-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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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素描, 15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자주 다녔던 Santa Monica 바닷가를 반년 만에 다시 찾습니다. 일기예보와 달리 희뿌연 구름층이 나그네를 맞습니다. 기대했던 한여름의 화사한 햇살이 아쉽습니다. 회색빛이 펼쳐주는 시적詩的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하여 젖어보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한결 편안해집니다.

 

모래톱

 

     해안서 바다로 이어지는 잔교pier 모래톱으로 내려와, 너울이 넘나들면서 그리는 포물선 따라 북쪽으로 걷습니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애써 떨구어 내고,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만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음 비우기[無想無念] 는 생각뿐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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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Beach, CA. June/18/2019 10:4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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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Beach, CA. June/18/2019 10: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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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Beach, CA. June/18/2019 11:05 AM

 

     ➊ 이른 아침에 아기 물새가 옹기종기 모여 모래톱에 수 놓습니다. 이 발자국을 심술쟁이 너울이 삼키고, 여기에 트랙터tractor가 흉물스러운 바퀴 자국을 남깁니다

     ➋ 외따로 앉고 선 갈매기 한 쌍coupe이 눈길을 가로챕니다. 숫 갈매기는 파수꾼이 되어 주위를 경계하고, 암 갈매기는 품 안에 생명을 보듬고 있는 듯싶습니다. 아니, 종족보존의 본능에 충실함이 맞겠습니다.

     ➌ 갈매기가 종종걸음으로 피하다가 나래 쳐 하늘로 오릅니다. 모두 함께 춤추려는 흥겨움의 군무群舞가 아니라, 쉼터를 잃고 쫓기는 모습입니다.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장난삼아 무심결에 지른 고함이, 나래 접고 쉬는 갈매기를 쫓아냈습니다.

 

Palisades 공원

 

     백사장과 Pacific Cost H’way를 이어주는 구름다리를 건너 Palisades 공원에 들어섭니다. 고목의 진솔한 삶, 한평생 세찬 바닷바람을 의연히 버티어 온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꽃을 피워 반겨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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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Palisades Park. CA. June/18/2019 11:3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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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Palisades Park. CA. June/18/2019 11:4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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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Palisades Park. CA. June/18/2019 11:46 AM


588bc8f247055a9083713cf09e17fbc7.jpg Santa Monica, Palisades Park. CA. June/18/2019 12:2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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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Palisades Park. CA. June/18/2019 12:37 PM

 

     ➊ 빠알간 털이 솟은 꽃봉오리 안에 까만 열매가 감싸 안겨져 있습니다. 희뿌연 바닷가 하늘과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가냘픈 가지가 더욱 신비롭습니다.

     ➋ 고목의 피부, 종잇장처럼 얇아진 나무껍질이 바람결 따라 흐느적거립니다. 두 아름이 넘는 나무의 몸체는 그의 삶이 충실-충만했음을 웅변으로 말해줍니다.

     ➌ 보라색의 꽃이 원뿔꼴 몸통을 꽉 채워, 촘촘하게 꽃피움은 밤하늘을 밝히는 은하수 별처럼 영롱합니다. 선인장이 꽃 피운 듯도 싶으나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➍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혹부리 영감을 만납니다. “얼굴에 난 혹을 떼려고 도깨비를 속였다가 혹 하나를 더 가졌다.”다는 설화說話에 나오는 이야깁니다.

     ➎ 몸집이 큰 다람쥐가 나무 밑동서 고개만 내밀고 누워 있습니다. 늙어 먹이감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측은한 느낌을 남깁니다.


소소한 이야기 :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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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Monica Beach, CA. June/18/2019 10:19 AM

 

     아버지와 아들이 모래로 성을 쌓고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을 온통 손에 쏟아부어 그들만의 영토를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혈육의 정은 나이를 초월하기에, 무아지경無我地境에 쉽게 빠집니다.

     오남이녀의 막내인 졸자, 개성서 태어난 꼬맹이는 1-4 후퇴 때 대구와 부산으로 내려가 피난살이를 겪어막둥이 어리광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늘그막에 접어들어,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오누이와 형제간의, 혈육의 끈끈한 정은 훈훈하고 살갑게 다가옵니다.

 

: 아버지와 아들이 성 쌓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살포시 웃으며 바라보는 꼬맹이 어머니에게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자, 어머니는 남편에게 물어보고 허락했습니다. 고마운 마음 적습니다.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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