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소묘素描, 17: 2019-09-02
페이지 정보
본문
바닷가 소묘素描, 17
새날의 아침을 연 해님이 중천에 솟아올라서 바닷바람을 부릅니다. 달려온 바람이 어젯밤에 이어 아침 녘 그리고 오전 내내 허공에 남아있던 바다 안개를 말끔히 몰아냅니다. 뒤늦게, 하늘에 파란 물감을 풀어놓습니다.
풀잎에 하얀 이슬이 내리는 백로가 오는 일요일에, 중추가절 추석은 13일에 맞습니다. 세월여류歲月如流! 가을이 성큼 다가옵니다.
● 해 송海松
Lands End Trail, S.F. July/30/2019 04:04 PM
하늘과 바다가 맞닿습니다. 바다가 숨죽여 하늘과 하나가 됩니다. 휘몰아치는 해풍을 견뎌낸 해안림에, 중천에 오른 해님이 내려오면서 감싸 안습니다. 햇살이 내려오며 맨몸의 몸통에 꽂혀, 삶의 의연毅然함을 얹혀줍니다.
● 서낭 쌓기
Mile Rock Beach, S.F. July/30/2019 04:34 PM
지난해 6월에 찾은 곳, 졸작‘돌 Heart♥’(바닷가 素描 9)를 담은 같은 곳을 찾습니다. 탁 트인 한적한 해변에 젊은이 한 쌍이 서낭 쌓기에 몰두합니다. 정경운 모습이 불현듯 윤선도의‘바위石’를 일깨워, 찾아 적습니다.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아닐 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五友歌, 三首〉
● 연 인戀人
Lands End Trail, S.F. July/30/2019 05:13 PM
내려오는 길, 연인 한 쌍이 가슴을 포개고 무상무념無想無念에 잠깁니다.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은 한 점 티 없이 순진합니다. 가슴 설레는 젊음을 지녔기에 아름답습니다. 창창한 앞날을 꿈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스럽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
바다와 산이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연을 찾는 이의 참되고 애틋한 마음가짐, 즉 진정성眞情性의 깊고 엷음에 비례해 받아드리게 된다고 합니다.
늘그막에 접어들고서는 진정성에‘마음 내려놓기’가 보태져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물질문명서 늘어나는 노인층에, 더욱이 평범한 장삼이사에게는 감히 언감생심, 꿈이나 꾸겠는가 싶습니다. (2019/09/02)
- 이전글窓 너머 10: 2019-09-16 19.09.16
- 다음글Twin Peaks(S.F.) 7: 2019-08-19 19.08.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