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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Power of Love: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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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1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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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사랑의 힘

                                                                                                                                                            이 만 우 (05/05/2019)

 

춘삼월이란 말이 무색하게, 오월인데도 치솟은 산봉우리 주변에는 여기저기 눈이 진을 치고 있다. 산자락에는 노란꽃이 한창인데 말이다. 겨울 봄 여름 세 계절이 함께한 듯한 발디산, 이를 찾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나 처럼 홀로 맨, 연인, 도반, 동우회 회원과 함께 모두 눈이 덮인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작은 배낭을 멘 강아지들도 가세하여 주인 곁에서 발걸음이 재다.

 57살 두 사내 아이와 함께 정상에 오르는 젊은 엄마가 눈길을 끈다. 차림이 만만치 않다. 장비도 모두 전문 산악인 못지않다. 5살배기 손잡고 아이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는 모습이 정겹다. 그 뒤를 7살 난 아이가 거리를 두고 따른다. 혼자서 조그마한 아이잭을 찍어가며 힘겹게 따라간다. 대견하다. 사이가 멀어지면 엄마는 할 수 있다며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로 달래면 아이는 이를 악물며 발길을 재촉한다. 내가 옆을 스칠 때 꼬마에게 주먹 인사를 하며 정상에 다 왔으니 힘내라는 말을 건넷더니, 전에도 와봐서 다 안다며 일축해 버린다. 어른도 어려워하는 고산 눈길을 이 꼬마는 해낸다. 내가 앞서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니 그 꼬마가 만족스런 듯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아이들도 자랑스럽지만 사실 엄마의 지혜로운 보살핌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산 길에 만난 또 다른 부부, 4살배기는 아빠 등에, 두 살 아기는 엄마 등에 나누어 업혀 오르고 있다. 이 부부가 갖춘 산행 복장 및 장비가 일품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업을 수 있고 햇빛 차단 우산까지 장착된 배낭에 눈길이 간다. 애들은 주위의 신비로움에 두리번거리며 덩실거린다. 고산의 모습을 애들은 어떤 모습으로 담고 있을까? 애들과 무언가 말을 주고받으며 부부는 조심스레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궁굼하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해주고 싶었던 모습이라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엄지를 치켜세우는 인사에 미소로 화답한다. 감상하듯 한참 바라보다가 양해를 구하고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힘들어 칭얼대는 아이들을 정상으로 이끈 엄마의 모습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길을 걸을 때 지팡이 정도의 무게도 부담인데 본인 짐 이외 추가로 이삼십 파운드나 되는 애들을 등에 업고서도 무거운 줄 모르고 즐겁게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랑에 무슨 까닭이 있겠는가마는 이 모습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진정한 사랑은 연유나 이론을 앞선다는 말이 떠 오른다. 이는 자연의 섭리이다. 지금 하늘에 계신 내 부모도 나를 그렇게 키웠겠구나하고 생각하니 코가 찡해진다세월이 다가오면 앞만 보고 다가가지지만, 세월이 줄 다름 쳐 따라가기 버거울 때, 비로서 가끔 뒤를 본다고 한다. 지금이 그 순간이다. 시인 릴케의 말을 빌리면 자연의 모든 것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고유함을 지닐 수 있고, 고독도 사랑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 했다”. 고통이 승화하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하여 포옹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산도 오랜 세월 수난을 겪으며 이 자리를 지켜내어 찾는 이를 묵묵히 맞이한다.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솔잎을 스치는 소리가 다정하고 준엄하다. 이 또한 하늘에서 보내온 어서 하산하라는 준엄한 사랑의 메시지인지 모른다. 시인들이 노래하던 춘삼월, 잔인한 사월을 보내고 실록의 달인 오월을 품어도 삶의 가을 속가슴은 메마르고 차갑다. 오늘 산길에서 맞이한 올망졸망한 산악 강아지, 엄마와 두 꼬마 산악인, 애들을 배낭 삼아 지고 가는 부부 산악인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아침에 스친 스캇부름 노란 꽃이 내 가슴에 피어나는 듯싶다. 눈길 산행을 했어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고 평온하다. 꽃이 자연과 부딪치는 아픔을 딛고 피고 지는 순환처럼 세 산악 발길도 어렵지만 계속 이어져 무조건 사랑이 차고 넘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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