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블랑카: 2022-03-04 > 문예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문예 게시판

카사 블랑카: 2022-03-04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227회 작성일 22-03-04 00:00

본문

 

 카사 블랑카

 어수선한 소리에 눈을 뜨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하늘이 주신 귀한 선물이다. 정초 발디산(Mt. Baldy) 정상에는 예년과는 달리 눈 없이 거센 바람만 몰아치더니 어젯밤부터 내리고 있는 비는 높은 곳에서 눈으로 변하여 산을 하얗게 덮고 있다. 산속 마을은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은 듯, 지붕에는 눈이 소복이 쌓일 것이고 집 앞뜰에는 눈사람이 홀연히 서 있을 것이 상상 된다. 애들은 눈싸움을 하며 즐겁게 놀고 강아지도 함께 뛰노는 모습이 그려진다. 얼마나 눈에 선하고 따스한 장면들인가. 그림에서 보는 언덕위의 하얀 집, 카사블랑카가 머리에 맴돌고 마음은 이미 하얀 눈을 밟고 있다. 이 이미지는 어려서 부터 카드나 달력에서 많이 보아 왔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순박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어 금시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일전에,  1942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다시 보았다. 영화제목인 카사블랑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이다. 2차 대전 중 독일 나치군이 프랑스를 침공할시 나치에 항거한 이들이 미국으로 많이 피신했다. 그들의 탈출 경로는 그곳에서 미국 비자를 받고 리스본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모로코는 미국의 독립을 최초로 인정한 연유로 우호 관계가 깊어 비교적 비자 받기가 수월했다.

 주인공인 한 미국인 릭블라니(Rick Blanie)은 일사(Ilsa)라는 여인과 파리에서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남편인 빅터(Victor Laszlo)가 나치수용소에 끌려간 후 살해 되였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나치가 파리를 침공하자 릭은 일사에게 함께 파리를 떠나자고 제의한다.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나 그녀는 자기 남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나가지 않는다. 그는 홀로 파리를 떠난다. 그리고 카사블랑카에 정착하여 카페를 운영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유지가 된다.

 어느 날, 파리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녀가 남편과 함께 카페에 나타난다. 나치에 쫓기여 피신 중이라 한다. 릭은 일사를 돕기 위하여 적극 나선다. 미국행 절차를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시키려는 순간, 나치 감시관이 나타나 비행기의 이륙을 저지 시키려고 하자, 릭은 그를 권총으로 사살하고 그녀를 남편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로 탈출 시키는데 성공한다. 일사가 릭도 함께 가기를 원하나 이번에는 릭이 나서지를 않는다. 이렇게 영화는 끝나지만 창공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이 주인공의 애처로운 심경이 관람객이 의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 컷도 촬영 안 한 영화, 대본을 써가면서 만든 영화, 촬영기술에 미숙함이 있어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던 이 영화가 그처럼 대중에게 호소 되여 아카데미상까지 걸머쥐은것은 사랑의 심도를 미묘하게 잘 묘사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여리게 했기 때문이다. 후에 영화를 보면서 만들어진 카사블랑카라는 노래는 본 영화 주제곡 시간이 지나가면서(As time goes by)’ 보다 더 많이 불려 진 노래이다.

 언덕 위에 하얀집, 상상만으로도 정겨운 장면을 기대하며, 이 하얀 집이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할까?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일까? 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가득 했다. 그러나 내가 그때까지 지녀온 언덕 위 하얀 집의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하얀 집이라고는 한 장면도 초점이 맞추어 지지 않은 영화이어서 정말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잘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어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지중해 연안의 집들은 강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하여 대부분 하얀색이다. 이 하얀 집이 주변의 녹색과 푸른 하늘이 어울려서 전원적인 면이 물씬 풍기고 있다. 나지막한 산에 넓게 펼쳐져 있는 올리브나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축의 모습은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영화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라는 도시는 이름이 그러하지 지중해 주변 어느 도시와 별다른 점이 없다. 이런 사실을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저 입소문으로 전해 받은 정보를 체험적 확인 없이 이를 근거로 살면서 얼마나 과오를 범했는가. 지금 머리에 가지고 있는 여러 정보들을 신뢰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창밖에서 주룩주룩 빗소리가 들린다. 눈 덮인 하얀 산, 엽서속의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상상이 된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의 포근한 장면도 머리를 스쳐 간다. 컴퓨터에서 카사블랑카 노래를 찾아 볼륨 높여 들어본다. 입가에 멋 적은 미소를 띠우며 흥얼거려 보기도 하면서... 비행기 탑승을 위해 돌아서면서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믿어 달라는여주인공 일사의 눈물 어린 고백이 귀전에 맴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