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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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어느 날~
봄이 완연하다. 꼭꼭 숨었던 꽃망울이 여기저기 터져 자태를 뽐낸다. 바람은 세지도 약하지도, 맞춤형 온도가 손등을 스친다.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4월은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고 또한, 재생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재생을 요구함으로써 또한 잔인하다고 했다.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아 아물거린다.
달포 여행에서 돌아와 발디 산 정상에 섰다. 차가운 바람은 아직 겨울이라며 칭얼댄다. 정상은 아직 추운 듯 흰 모자를 쓰고 있다. 대머리보다 백발이 더 정겹다. 한 달은 더 지속하리라는 기대가 앞선다. 정오가 되니 등정 객은 하산을 서두른다. 그래야 안전하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집에 도착할 수 있다.
하산 길에 종종 만나는 이가 있다. 산악선배 직장선배인 그는 늦은 산행을 즐긴다. “늦으셨네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면 “자네는 아직 나를 잘 몰라”하며 응답을 한다.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마음을 어찌 알 야. 발디를 800여 차례 등정한 발디산 달인, 한국 백두대간을 걷고 글로 남기신 분, 팔순에 가깝다는 연세가 믿기 어렵다. 노년 초보인에게 희망을 주는 돋보이는 원로 산악인 이다. 가려진 공로의 결실이 가히 적지 않으리라 .
뉴스에서 얼핏 발디 산 실종 사고를 접했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고 이내 사망 소식으로 이어졌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팔순을 일주일 남긴 비보다. 하늘에 묵직한 구름 때문인지, 오늘은 우울한 아침을 맞는다. 집어 든 신문 전면에는 온통 사고 소식이다. 산악인 5명을 삼킨 뱅쿠버 하비 산 눈사태, 오토바이와 자전거 충돌로 1명사망, 자동차 급 후발진으로 2명사망 4명이 다친사고 등. 두 달 전 한 명이 목숨을 잃고 네 명이 다친 사고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또 발생했다. 모두 한인 관련 사고이고 이웃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평시 나의 일상과도 관련이 깊은 사고다.
우리는 사고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받아드리는 것 같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 인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다.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자전거 주행 시 헬멧 착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진다. 산행시 일찍 시작하여 일몰 전에 하산하고, 익숙한 장비를 갖추고 전문인과 동행 등 산행 기본 수칙만 지켜도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과신이 종종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자연 앞에 겸허하고 산이 펼쳐준 상황과 잘 어우르면 산은 건강 이상의 것으로 보답한다. 산행이 주는 나만의 끌림에 거절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본 수칙에 따르는 일이 일상화 되어야 한다.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이 산행 대한 자세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고인의 명복과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빈다. 위로의 마음을 표한다 가족에게도 . 사월의 어느 우울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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