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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祭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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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1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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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祭에 다녀와서


註: 다음은 5년 전인 2010년 1월10일, 거행된 산악회 山祭에 다녀온 感懷를 제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던 拙文입니다. 오랜만에 오는 2월15일 열리는 山岳 祝祭에 기대가 큽니다. 부득이 참여하지 못하는 缺禮에 갈음하고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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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10일), 다니는 일요 산행모임의 새해 산제山祭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서 산행모임에 따라 다닌 지 2년여에 처음으로 참여해서 큰 감회를 받았습니다.

    Angles National Forest의 Bighorn 캠핑그라운드 피크닉 테이블에 흰색 보를 씌워 제상祭床을 마련하고, 뒤편의 두 그루 나무를 기둥삼아 오색기五色旗를 띄우고 태극기와 성조기도 모셨습니다.

    시루떡, 송편, 돼지머리 등 열두 가지 제물祭物을 올리고, 신고배와 북어포는 고국에서 우송된 특산품으로, 그리고 돼지머리는 손으로 빚은 케이크로 대신해 가운데에 놓였습니다. 제주祭酒로는 요즘 고국에서 인기를 끄는 막걸리를 올렸습니다.

  

   이날 다채롭게 진행된 행사에서 ‘산악인의 100자 선서宣誓’와 산악회 로고송 부르기가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일행 모두 엄숙하게 그리고 힘차게 낭독한 선서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평화-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선서에 이어 산악회 로고송 합창이 따랐습니다. 모임을 이끄는 분이 영국 민요 ‘산골짝의 등불(When It's Lamp Lighting Time in the Valley)'에 맞춰 작사한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높은 산 산골짝 능선 따라

오르는 발걸음 힘차다

즐거운 우리들 웃음 띠며

오늘도 내일도 오르네.


그-산골짝에 황혼 질 때

지친 몸 또 오를 나의 산

함께한 우리들 정다웁게

뭉치는 한미 산악회.

  

   새해를 맞이하여, 산에 예의禮義를 바치는 행사이기에, 원하는 회원에 한해 재배再拜에 참여했고, 졸자도 두 번 절하고 엎드려 “모임 때마다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주시고 늘 겸허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기원했습니다.

    한 분이 대표로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되는, 한지韓紙에 붓글씨로 쓴 축문을 낭송하고 소지燒紙해 산제를 끝냈습니다.

  

   참여한 회원과 하객으로 온 다른 산악회원 모두가 함께 화기애애和氣靄靄하게 음복飮福을 나누며, 새해 덕담과 산행의 안전을 기원하는 축제祝祭이기도 했습니다. 휴대 프로판가스 취사도구로 따끈하게 덥인 어묵국은 산속 쌀쌀한 기온에 움츠러든 모든 이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1.2 리터 플라스틱 용기에 들은 ‘포천 일동 쌀 막걸리’ 상표가 붙은, 오랜만에 대하는 막걸리는 감미로운 향과 더불어 향수에 잠기게 했습니다. 삼십 몇 년 전, 겨울철 퇴계로 매일경제신문사 뒷골목에서 연탄난로 위에서 끓는 감자탕을 안주로, 양재기에 담긴 뿌연 막걸리를 새끼손가락을 넣어 휘저어 마시던 옛 추억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찌꺼기가 많았고, ‘카아’ 트림을 뱉게 했고, 카바이드 타는 냄새도 난 듯싶습니다.

    곧이어 맞은편에 위치한, 지난주에 올랐던 Mt. Waterman 코스로 2시간의 산행을 가졌고, 내려와서 겨울철 산행에 필수장비인 Ice axe, Crampon, 겨울철 등산화-헬멧 등의 필요와 선택에 대한 강연으로, 이날 모임을 모두 끝냈습니다. 뜻 깊은 행사를 위해 노고를 아까지 않은 집행부와 임원 분들께 드리는 고마움이 절로 나왔습니다.

  

    내려오는 2번 도로 양편으로 검게 타버린 나무들이 마치 열병식閱兵式 때 ‘받들어총’ 자세로 늘어서 있습니다. 화마火魔에 휩쓸린 산자락들은 스스로 회생될 때(30여년 쯤)까지 그대로 놔둔다고 합니다.

    졸자의 생전에는 이뤄질 수 없기에, 억겁億劫의 세월흐름에서 티끌보다 못한 존재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미 육십 고개도 절반을 넘었기에, 여생餘生 마무리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세웠던 결심들은 모두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쳤기에, 나약한 의지意志 탓만 해왔습니다.

    하여, 금년에는 겸허한 마음가짐 지니기 하나로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비우지 못한 가슴의 앙금을 조금씩이나마 씻어내야 될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미욱한 졸자에게는 버거운 일이 틀림없겠습니다.(201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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