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카란 산 등정 이야기 (4)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와스카란 산 등정 이야기 (4)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14-01-14 00:00

본문

와스카란 산 등정 이야기 (4)

 

 IMG_0542.JPG

 

 

     캠프#1 으로

 

     이튼날 아침 벌써 3명의 대원이 몸 상태가 좋지 안아 남기로 하였다. 아마 고소가 온 모양이다. 오늘은 5,400m 위치한 캠프 #1까지 가야 한다. 보통의 경우 고소 적응차 베이스 캠프와 캠프#1 중간 지점 모래인(Moraine) 캠프에서 일박을 하는 것이 통례이나 2차산행이 계획되어 있어 여유룰 갖기 위하여 좀 무리이긴 하지만 캠프 #1까지 직접 이동하기로 하였다. 베이스캠프에서 모래인 캠프까지는 바위로 뒤 덮여 있고 일정한 길이 없는 상태이다. 앞만 보고 오르는데 시야에 야생 얼룩소가 바위 사이의 마른 풀을 뜯고 있었다. 참 희귀한 광경이었다. 고산에서는 대부분 산소 부족으로 비교적 몸집이 작은 개, 돼지, 양, 알파가, 리마 등과 같은 동물들만 살고 있다. 그런데 5000m에 육박한 이곳에서 몸이 큰 얼룩소가 어떻게 적응을 하고 있는지?

 

     모레인 캠프를 지나니 자로 그은 듯 만년설이 시작된다. 모두 이중 등산화에 크램폰을 착용하고 두터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설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눈산등정이 시작 된 것이다. 밧줄 없이 자유로이 각자의 능력에 맞춰 설면을 때로는 빙판을 조심스레이 걷는다.  종종 허리를 펴며 긴 숨을 쉬면서 돌아서면 눈 앞에 나타난 경관에 매료되어 잠시나마 피곤을 잊곤한다.  눈 언덕을  몇 개 지나니 눈발이 거센 바람에 몰아 친다. 그치고 다시 파란하늘이 나타나고 그리고 또...... 4 시간가량 올라 캠프#1에 도착했다. 북쪽에 우뚝 솟은 우안도이(Huandoy) 하얀 산봉우리들이 저녁노을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고흐라면 어떻게 물감으로, 차이스코프라는 어떤 선율로, 헤밍웨이라면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런지 궁금해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텐트로 들어갔다. 모두들 조용한걸 보니 매우 지친 모양들이다. 고도가 5,400m나 되다보니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매우 곤란하다. 이곳 산간 사람들은 공기에 산소가 희박한 관계로 작은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폐의 크기는 보통사람보다 2배 까깝다고 한다. 고소에 적응하기 위하여 자주 꼬까 차를 마신다. 날씨도 제법 매섭게 차가웁다. 나는 방한복을 두르고 테트 밖으로 나왔다. 안내원 마르코(Marco)가 건네준 꼬까(Coca) 차를 마시며 야경에 심취, 상상의 날개를 우주로 향해 펼쳐본다.

 

 IMG_0554.JPG

 

 

     저 멀리 계곡의 반짝이는 전기 조명은 제법 총총하다. 페루는 수자원이 풍부하여 전기가 풍족하다고 한다. 산간 지역의 급수 방식은 매우 재미가 있다. 계곡의 물을 작은 도랑을 만들어 마을 옆으로 흐르게 하여 수도관 역할을 하게 한다. 경작지 및 가정에서는 이 도랑에서 물을 흘려 받아 사용한다.

  

     1시경 잠을 청하려는데 “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사태가 난 것이 분명하다. 날이 밝았다. 옆 봉우리를 보니 검은 바위를 수직으로 들어내고 있었다. 수 십 년간 쌓이고 다진 눈얼음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찔한 상황이었다.

 

PERU 115.jpg

 

     아침식사를 마치니 두통이 심하게 느끼는 대원, 눈이 침침 하다는 대원, 소화에 문제가 생겼다는 대원, 특히 심현경 대원(여성대원으로 막내)이 좀 심각하여 매트리스와 침낭에 싸여 포터에 의해서 이미 베이스 캠프로 내려 보내 졌고, 신훈수 대원 과 곽성호 대원도 아침 식사 후 베이스 캠프로 내려 갔다. 우리는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를 더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하루 종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책도 읽고, 음악을 듣고, 때로는 왜 이리 고생을 하며 이곳에 있을까 하는 화두로 잠시 묵상에 잠기기도 했다.

 

 

     캠프 #2 로

     

다음날 아침 홍성현 대원과 김태엽 대원을 뒤로하고 차경석, 박성호, 전병원, 유동탁, 왕청식, 필자 6명이 캠프#2, (미국 Alaska McKinley 와 같은 높이)를 향하여 출발 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등반이다. 빙벽, 크래바스, 급경사 가로지르기 등 많은 장애들을 통과해야 한다. 2개조로 나누어 로프(안자일렌)을 하고 캠프 #2로 오르기 시작 했다. 산소가 더 희박함이 느껴져 의식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1 시간가량을 등정 했을까, 박성호대원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안압이 높아진 모양이다. 그를 하산 시키니 5명만이 남았다. 실수 없도록 줄을 잡고 조심조심 설면을 올랐다. 잠시 머뭇 주위를 보면 설경의 장관이 순간순간 피로를 가시게 한다. 5 시간가량을 오르니 배가 고파 왔다. 점심을 거르니 밥과 된장국이 절로 생각난다. 드디어 킴프#2에 도착 하니 오후 3시. 텐트 2동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모두들 너무 지친 탓인지 저녁도 마다하고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나와 텐트를 같이 쓰고 있는 차경석 대원은 몇 차례 원정등반을 같이한 고산 등정에 경험이 많은 분인데도 고소에 소화 장애를 호소하면서 이는 세월 탓이라며 고개를 내 젓는다.

 

     고산 등반은 체력, 장비, 장비를 다루는 기술, 다양한 경험 등을 요하지만, 특히 체질의 적응여부가 큰 관건이다. 고소에서는 압력, 기후, 산소희박에 따른 신체적 적응에 있어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호흡곤란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두통, 소화 불량이며, 때로는 시력, 청각장애, 관절통등도 나타난다. 이럴 경우에는 하산하여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일 좋다. (계속)

 

 

 

>

< p>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