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카란 산 등정 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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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스카란 산 등정 이야기 (6)
아찔한 하산 행
작은 빨간 깃발은 이별이 아쉬운지 파르르떨며 다시 오라 손짓한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나도 모른다. 깃발이 점점 멀어져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의 조금 여유로워지니 배가 고파 온다. 배낭에는 마른 간식이 있었지만 내키지 않는다. 눈을 한 움큼 쥐어 입에 물으며 허기를 달랬다. 오라올 때는 어두운 밤이라 몰랐는데, 하산 길에 보니 정말 아찔하다. 긴 빙벽을 어떻게 올라 왔는지, 널려진 크래바스, 절벽을 어떻게 건넜는지 나 자신이 의심스럽다. 서 있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얼음 경사면에서 한 발만 실수 하면 같이 줄을 맨 대원들 모두 끝장일 수도 있다.
순간 나는 깜작 놀랬다. 한 줄에 매어 있는 동료 발 밑에 아이스볼이 달려 있었다. 털면 생기고 다시 털면 금시 다시 생긴다. 나는 순간 이러다가는 모두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단이 필요 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두 구릅으로 나누기로 했다. 줄 앞뒤에 가이드가 있어도 만일 한사람이라도 미끄러져 수 천피드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 줄줄이 끝장이다. 대원들은 물론 가이들 조차도 저지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나는 운행을 정지 시키고 힘센 가이드 한 명에게 가장 힘들어하는 동료 한 명만 책임지고 하산시키라는 지시를 하고 다른 가이드 한 명과 남은 대원 세 명이 한 구릅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나는 결정권은 없지만 나이가 많은 관계로 나의 제안을 받아준 종료들에게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어느새 저 아래 캠프 #2에 노란 텐트가 가뭇가뭇 보인다. 이를 보니 안도감으로 긴 숨을 쉬어본다. 로프로 점프 하강을 몇 차례 거쳐 드디어 캠프 #2에 도착 했다. 그러나 아직 하산 중인 한 대원이 궁금하다. 차가운 날씨에도 텐트에서 편이 있을 수 가 없었다. 나는 밖에서 서성이며 제발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먼 눈길을 살피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두 사람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안심이다. 모두 기진맥진인지 텐트는 매우 조용하다. 나는 가이드에게 경위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한 대원이 급경사에서 미끄러져 큰 일 난 뻔 했다는 이야기다. 나는 아찔했다. 만일 내가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 졌을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도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베이스캠프로 귀환
다음날 유동탁, 전병식, 왕청식 그리고 필자 우리 모두는 로프 하나에 묶고 베이스 캠프로 향해 하산을 서둘렀다. 2차 산행이 준비 되여 있기 때문이다. 다음 도착지인 모래인 캠프 근처에는 최근 지어진 산장이 있다. 이 산장에는 분명 시원한 코카콜라가 있으리라. 목이 타는 것을 참고 걷고 또 걸어다. 마침내 산장에 도착하니 매점에서 코카콜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2병을 마셨다. 미지근한데도 정말로 시원하고 맛이 있다.
드디어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베이스 캠프는 등반대원들에게는 안식처이고 오아시스다. 그곳에는 비교적 편안한 잠자리, 먹을거리, 필수품들이 있다. 대원들이 정상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비빔국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김치가 곁들인 매콤한 맛이 매혹적이었는지 지금도 생각만하면 군침이 돈다. 와스가란 정상이 우리를 다정하게 굽어보고 있다. 더 이상 신비의 위용의 산이 아닌 친구 같은 다정한 산이다. 예정 데로라면 이곳에서 하루를 쉬기로 되어 있으나 2차 산행을 위하여 하산하기로 하였다. 많이 지쳐있었지만 정상을 등정을 했다는 성취감 때문에 피로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 입구인 무소 마을에 도착하니 대형버스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10시쯤, 오늘은 우리는 매우 피곤한 몸으로 16시간 이상 운행한 것이다. 피로가 엄습해 온다. 우리는 2차 산행을 취소했다. 원정 산행시는 항상 2차산행을 준비하지만 지켜진 때가 거의없다. 그러나 필자, 유동탁, 연로하신 양재철 대원은 마추피추로 가기로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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