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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를 보내고, 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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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173회 작성일 1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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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 제 고등학교 同期가 고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을 출가시킨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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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를 보내고, 모셔온 글


작성자: 태 재열

작성일: 2013-10-14 오후 5:37:26


오래전 잠실운동장에서 H.O.T등이 출연하는 “드림 컨서트”.

누군가 내게 표 3장을 주길래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에게 동무들과 함께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했더니 다른 애들은 부모들이 광란의 현장에 절대 보내질 않았다. 그랬더니 엄마 아빠하고 가잔다. 늙은 엄마 아빠가 그런 델 어찌 가느냐 하고는 잊었다. 어느 날 오후 3시경이면 어김없이 학교에서 돌아와야 할 애가소식이 없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들어오질 않는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밤 7시경에 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좋은 자리 잡느라고 오후 7시 시작하는데 오후 2시경부터 공연장에 혼자 가 있단다. 당시 핸드폰 있는 사람 겨우 찾아서 늦게나마 전화 걸 수 있었으며 또 다행이 옆에 애를 데려온 어떤 엄마한테 빵과 음료수를 얻어먹어 배는 안 굶었단다. 밤 10시경에 현장으로 달려 나가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나오는 애를 겨우 만나 집으로 데려오며 가슴을 쓰려 내렸다. 엄마가 밤새도록 애를 다그쳤다. 한편 생각하면 애가 오죽 공연을 보고 싶었으면, 오히려 같이 가 달라는 부탁을 못 들어준 것이 지금도 께림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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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 What is your name?

John: My name is John Duggin!! and yours?

딸 : My name is Inhyo!!

딸 : Mr.John!! Do you know Backstreet Boys?

John: Yes!! I know!! Oh!! you like them !!~~

딸 : Yes!! Do you know Nick?(멤버중 한명) I like him very very much!!~

Jone: oh yeh? but I think Bryan(리드 씽거) is better !!

딸 : No!! No!! Nick is better !!~~He is very hansome !!


중2학년 때, 언젠가부터 H.O.T등 아이돌그룹에서 외국 팝가수 쪽으로 특히 Backstreet Boys에 목을 맸다. 그러다보니 영어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빠 외국손님 만날 때 자기를 꼭 껴 달란다. 실전 스피킹을 하겠다는 것. 결국 어느 날 남산 힐튼호텔에 영국에서 온 거래처사람과 만나는 자리에 불렀다. 교복을 입은 채로 생글생글 웃으며 나와 자리에 앉자마자 나눈 단 두마디 대화 내용이다. 그러고는 더 이상 실력이 안되고 상대방이 다른 설명도하고 말을 건넸지만 못 알아들으니 더 이상 진도를 못 나갔다. 그래도 전혀 떨린다거나 주눅이 드는 기색이 없이 당돌하게 도전하는 애 모습이 생생하다. NICK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우리 애 아이디가 지금도 LIEBENICK다.

이당시 미국의 유명한 여류 팝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우리나라에 왔었다. 이때 싸인 행사를 가졌는데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한다. 싸인 하나 받겠다고 아귀다툼으로 달려들었다가 어린 작은 체구로 애들한테 밟히고 약간의 찰과상까지 입었다. 그까짓 것 뭐 그리 대단하다고 기어코 싸인 받아 와 엄마한테 자랑스럽게 보여주다가 호되게 야단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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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공부 할 나이에 엄마한테 혼줄이 나면서도 다른 곳에만 집중했고 대학입시는 물 건너갔다. 엄마가 야단을 쳐 대도 고등학교 때 알바를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니니 집에서는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니가 소녀가장이냐 ! 누가 너보고 돈 벌어 오라 그랬니? 아무리 야단쳐도 소용없었다. 결국 수원에 있는 미용예술전문대에 들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큰소리치다가 졸업 할 때 쯤 학교선배들 취직하는 일자리를 보니 한심했던지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1년 동안 공부해서 기특하게도 서울의 번듯한 대학으로 편입 해 들어갔다. 그 1년 동안의 딸 모습과 자세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일류대학은 아니지만 이때 우리 부부는 너무나도 기쁘고 딸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운도 아주 잘 따라주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경쟁률 5대1의 뽑기로 당첨되고 초등학교도 교대부속에 10대1정도의 추첨에서도 뽑혀 무사히 다녔다. 대학도 한동안 헤맸지만 그런 대로 순탄하게 졸업할 수 있었다. 취직도 결혼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큰 무리 없이 때가 되면 어렵지 않게 해 주니 결국은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 준 것이 또한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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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전쯤인가 어느 날 늦은 밤에 어떤 사내놈이 우리 딸을 들쳐업고 애 침대까지 들어가 술에 떡이된 애를 누이고 꾸뻑 인사만하고 나가는데 아연실색했다.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놈들이 술을 과하게 먹였는지 몸을 못 가누니까 이눔한테 전화를해서 데려다 달랬단다. 지 애비가 있는데 그눔이 누구길래 부탁을 한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또 요것들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됐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요놈이 결국 엊그제 고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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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애들 신혼집에 방문겸 들러 마무리 정돈하고 나오는 길에 근처 풍덕천 사거리에 있는 장어구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마누라가 꼬리부분을 다 집어다 사위눔 접시에 올려놓으며 꼬리가 남자들한테 좋다고 빨리 먹으란다. 미안하니까 아버님 드시라고 내 앞으로 가져오니까 팔 걷어붙이고 말리면서 마누라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 “이 양반은 이런 거 아무리 먹어야 이젠 소용이 없으니까 자네나 많이 먹어”. 딸이 얼른 모두 집어다 내 앞에 놓으면서 “엄마는 왜 그래?, 나이든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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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시집가면서 자기가 떠나면 부모들이 여러 가지로 쓸쓸하고 장래가 암담해 질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소녀 가장도 아니면서.

혼수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패물 같은 것을 너무 비싼 거 사준다고 야단이다.

노후준비를 생각해야지 막 퍼주면 나중에 어쩔 거냐 하면서. 에미는 “네 서방한테 잘 해주는 건 너한테 해 주는 거나 같은 것인데 너는 참 이상한 애”라고하면 “자기를 데려가는 것만해도 충분하고 감지덕지”(????) 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항상 엄마아빠 노후를 걱정하란다.

요것이 체구는 아담하고 연약해 보여도 엉뚱한 면이 있어 불안하다. 한편 당차기도하고, 날탱이인 줄만 알았더니 부모 생각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기특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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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 나아서 강보에 쌓여 누워있는 것이 꼭 작은 똥덩어리 한 덩이였던 것을 지난 주말에 시집을 보냈다. 비록 우리 동기들보다 10년 정도 늦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을 너무 일찍 보냈나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남들은 딸 보내고 엉엉 울었다는데 나는 왜 눈물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애 엄마는 식장에 수건을 몇 개 준비 해 갔는데 역시 눈물이 안 나더란다.

오히려 예식 내내 방실방실 미소를 띄는 딸에게 주의 주느라 노심초사 신경을 많이 썼다. 신부입장 연습도 안했는데 환한 얼굴로 오히려 아빠를 리드하다시피 잘도 걸어들어 가더라.

요것이 좀 안쓰러운 표정을 지우기라도 해야 울어나 보지, 분위기 조성이 안 돼니 오히려 섭섭하고 왠지 절차를 빼먹은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 딸애가 떠난 빈방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환한 애 얼굴이 어른거린다. 고것이 또 한마디 한다. “ 아빠 밖에서 길 건널 때 차 조심하고 다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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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뿐 딸들 모두가 자랑스럽고 사랑이 넘치는 사연을 간직한 아빠들이지만 같은 입장에서 회상 해보는 의미도 있을 것같아 미천한 여식을 내세워 생각나는 대로 글로 옮겨보았으니 양해있기 바라며, 이날 모두 축하 해 준 우리 동창 친구들게 감사의 인사를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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