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山, 그 生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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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山, 그 生動
황톳길을 지나자 숲이, 7월 한여름의 산(山)이 맞이해줍니다. MT. Baden Powell 오르는 길은 소나무 숲속을 지그재그로 연이어집니다. 숲의 생동감(生動感), 삶의 터전에서 내뿜는 솔향(松香)은 감미로워 찾는 이 모두에게 기쁨과 함께 평온도 나눠줍니다. 이 자연이 사람에게도 내리는 시혜(施惠), 산에서만 부는 산바람으로 하여금 풋풋하게 그리고 살뜰하게 베풀어줍니다. 산마루에 이르기까지.
1,500년의 나이를 지녔다는 Wally Tree 소나무가 자리한 기슭 아래에서 지난해 오르내릴 때 보았던, 어린 소나무가 무릎 높이에서 허리만큼 발돋움해서 다가옵니다.
사람의 때 묻은 손길이 전혀 닿지 아니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이 비집고 들어가 자리할 수 없는, 오로지 땅과 하늘이 빚은 생명의 키움입니다. 산이 그대로 삶입니다.
9,400 피트 산마루 표지(標識)대를 지나 키 작은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늘 찾는 휴식처의 Limber Pine들은 아직도 송홧가루를 머금고 있습니다. 일찍이 봄철에 훨훨 나래를 타고 흩어졌을 주황색 꽃가루이기에, 부쩍 의아심을 불러 눈길을 쉽게 떼지 못하게 합니다.
내려오는 길, Lamel 샘터 가는 길목 못 미쳐서 다람쥐를 만납니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기껏 손 한 뼘 크기가 될까 싶은, 초롱초롱한 깜장 콩알 눈동자에 색색의 줄무늬를 몸통에서 꼬리까지 지닌, 갓 태어나 어미품안에서 재롱부려야 할 아기 다람쥡니다. 아마도, 어미 다람쥐가 먹이 구하러 나간 사이에 컴컴한 소나무 구멍 속의 집이 갑갑해서, 세상 구경하려는 호기심을 못 이겨 혼자서 처음 나들이 나온 듯싶습니다. 한참동안 일행의 감탄과 환호에, 꼬리를 동글게 감아올려 재롱으로 답례하고 소나무를 타고 높이 오릅니다.
근 달포 넘게 산을 찾지 못했습니다. 게으름 탓에다 마음가짐도 어영부영에 빠져 세월을 축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찾자 산은 꾸짖지 아니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넓은 품으로 안아 주었습니다.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夏雲多奇峰 ― 陶淵明〈四時〉한 구절)처럼 짙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은 드높습니다. 이 뭉게구름이 불현듯 어디선가 읽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영국 극작가 Bernard Shaw의 墓碑銘)를 우거(寓居)에서 되찾아 읽게 했습니다.(201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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