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e Lake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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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일찍 잤는지 먼동이 터오는데 벌써 눈이 떠집니다.
아마도 12시간은 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비색은 다 젓고, 열려있는 입구쪽은 모자도 슬리핑 백도 모두 젖어있는데,
난 어쩜 이리 잘 잔건지, 정신이 개운합니다.
엉금 엉금 기어나와 배낭을 싸서 일단 떠나기로 합니다.
배도 안 고프고, 나중에 해 나면 침낭 말리면서 아침을 먹기로 하자.
내 주위에 탠트가 3개나 쳐져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잠을 잤으니...
엄청 잠이 부족했었나 봅니다.
비가 내린 후에 산풍경은 그 큰 바위산이 내 코 앞에 있는듯 합니다.
바위가 몇개인지 샐수도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보이는 그런 아침 풍경이었답니다.
아!!! 싱그러운 이 산 냄새-------------------------------------------!
약간 쌀쌀함이 느껴지는 새벽 산행을 여러분께 강추해 봅니다.
해가 얼굴을 보이기는 했지만 침낭을 말리는 그런 강도는 아닌지라,
배도 안 고프고, JMT의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배도 안 고픕니다.
Glen pass를 지나 Rae lake 까지 신나라 걸어갔습니다.
누구한테나 맘에드는 장소가 다 틀리겠지만,
저는 이 호수가 참 좋습니다.
이 호수에서 누군가는 낚시를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 풍경을 꼭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없으니 책 읽는 여자만을 할 기회가 왔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따끈한 바위를 찾아 침낭과 비비색을 늘어놓습니다.
아점으로 미수가루+아몬드+땅콩+호두+피칸+잣+시리얼+마른과일+아마차 등등등.
먹기 좋은 정도로 물을 섞어 만듭니다.
양말을 벗고, 쉴 만한 터를 골라 발을 물에 담그고, 우아하게 책을 보면서 미수가루 요리를 먹습니다.
참! 이 책이 한글책일까요, 영어책일까요???
프하하하하!
영어책입니다.
이 책을 이해를 했을까요, 못했을까요???
당연히 못 했습니다.
그런데 왠 영어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밀리언달러 베이비 란 영화를 보셧나요?
거기서 클린트가 실력은 있으나 실세에서 밀려난 한물간 늙은 권투코치로 나옵니다.
이 도도한 코치는 시간만 나면 영어책이 아닌 제 2외국어(오래된 지란 어느나라 말인지 생각이 안납니다, 불어책이라고 해두죠)책을 읽고있습니다.
옆에서 일 도와주는 흑인이 알고 읽는건지 모르겠다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여자 복서가 자기의 코치가 되달라고 하지만 여자는 안 가르친다며 쌀쌀하게 거절 하지만,
어찌 어찌 해서 코치가 되고, 챔피언까지 만듭니다.
그러나 어느 경기에서 사고로 이 주인공은 목이 부러지면서 머리만 살아있는 전신불수가 되고 맙니다.
그때 이 코치가 병문안을 왔는데 여자 주인공이 그 불어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 코치는 병실에 와서는 그저 이 뜻 모르는 책을 조용히 읽어줍니다.
저는 이 장면이 어찌나 찡하던지요.
이들 사이에 그 내용란것이 무이 그리 중요하겠나요!!!
지금의 저의 심정이 그렇습니다.
이 책이 까만것은 a,b,c,면 되고 내가 rae lake에 발을 담그고 보고 있다는 이 의미면 충분 조건이었답니다.
저 영화가 어떻게 끝났냐구요?
다운 받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랍니다.
뜻 모를 영어책, 앉아서 보고 엎드려서 보고, 누워서 보고,
침낭이 뽀송 뽀송 될때까지 열심히 보다가 또 짐을 싸서 길을 나섰는데,
오후쯤 되니 저 멀리서 또 시커먼 구름이 몰려옵니다.
아뿔싸, 오늘도 우박 맞으면서 자야하는가, 공포심까지 몰려옵니다.
오늘은 그래도 천둥소리가 없습니다.
오늘은 온전히 비 맞는 바보짓을 하면 안 될것 같은 생각에 어디 동굴은 없을까?
드라마에서 보면 동굴도 잘 나타나던데?
멋진 남정네와 우연한 만남도 가지면서!!!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동굴은 커녕, 기댈만한 바위도 눈에 띄질 않습니다,
보아하니 우람한 소나무 밑둥이가 그래도 마른자리로 보이는 지라 최대한 평평한 자리를 잡아 둘째날 잠자리로 결정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쳤답니다.
어제만큼 험한 비가 내리지 않음을 하늘께 감사드리면서요.
좋은 컨디션으로 제법 많이 걸은 오늘,
내 다리에게도 감사하며, 달콤 잠에 빠졌답니다.
내일, Mather Psass를 향하여,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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