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ch Lake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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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의 악천후에서의 단잠과는 달리,
둘째날은 잠을 설치는 밤이었습니다.
추울거란 생각에 우비들을 다 입고 잤는데
도리어 더워서 옷을 다 벗어 버리고 싶을 지경이지만 또 우박이 내리면 어쩌나 하는 맘에
꾹 참고 지퍼위로 얼굴과 손만 내놨다가, 또 집어 넣고, 이러다 날이 샌것 같습니다.
어제 같이 개운한 기분이 아닌것이 영 억울합니다.
피한다고 피했것만 여전히 축축한 침낭과 비비색을 자루주머니에 넣지도 않습니다.
해 좋으면 널 요량으로 제일 위에 마구 마구 쑤셔넣고 짐을 쌉니다.
오늘도 내가 1차로 출발하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늙엇군 늙었어,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떠나는 사람이 될줄이야....
오늘 아침에는 턱관절이 아파옵니다.
왜 이러지?
준비해온 누룽지를 끓여 먹지를 못하니
걸어다니면서 군것질 용으로 조금씩 씹어먹고 다녔습니다.
누룽지가 딱딱해서 처음부터 씹지도 못하고,
입에서 누굴누굴하게 풀어지면 그때서야 조금 씹어먹었는데도,
그게 엄청 딱딱한 음식이었나 봅니다.
이젠 마른 누룽지도 못 먹겠네...
이번 저의 먹는 수준은 완전 숲에서 뱀, 개구리까지 잡아먹으면, 빨치산 게릴라 훈련 수준인것 같습니다.
우와!!! 이렇게만 먹고도 살아남을수 있는거였구나 싶습니다.
좋다, 이번 기회에 S 라인 한번 살려봐?????
믿거나 말거나---------------------------------^^
오늘 저의 목표는 Mather Pass 를 가 보는 겁니다.
누군가 그 삭막한 돌만 있는 패스가 뭐가 멋지냐고 합니다.
2년전의 첫 대면에서의 그곳을 넘었던 감격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날씨 핑계로 진도를 많이 못 나가서 그래 해보는데까지 해보자 하는 맘으로 pinchot 패스를 향해 열심히 걸어 올라갑니다.
OH! MY GOD!!!!
Pinchot Pass 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운곳이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물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아름다울수가요...
2년 전의 기억은 그저 계곡이 길었다 라는 생각밖에는 이런 절경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설악동을 연상하면서 넓은 바위위로 물이 넓적하게 따라 흐르면서 작은 선녀탕을 만들어줍니다.
저런 선녀탕을 그냥 지나칠 저가 아닙니다.
아무도 없는 쉰새벽,
신성한 깊은 산중에 홀딱 벗지는 못하고,
우짜든 물속으로 빠져들었답니다.
동태됐을까요, 아닐까요?
안 됐습니다.
이럴수가,내 피부가 마비가 된걸까요???
아니면, 물 온도가 미지근한걸까요???
어쨌든 너무나도 근사한 작은 폭포에서 신나라 텀벙되면서 머리도 감고,
옷도 빨고, 두루 두루 깨끗하게 몸단장하는 쉰새벽이었답니다.
놀고 나오니 또 썰렁해지는 기온에 또 후딱 짐 싸고, 열심히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상 가까이 갈때까지 이런 선녀탕이 수두룩하게 나타 납니다.
누군가 이곳을 가실때, pinchot pass, 그냥 스쳐가지 마시길----
이번 여행같이 왕복으로 하는 산행의 장점은 찜을 해둘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돌아 올때,그때는 저기서 수영을 해야 되겠군...'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런 좋은 기분도 잠깐!
패스 넘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밤잠을 설친게 맥을 못쓰는 원인인것 같습니다.
삼손의 머리가 아니라 k2 의 잠이라는걸 다시한번 느끼면서 겨우 겨우 올라갑니다.
아무도 없는 정상 풍경...
아점으로 미수가루 요리로 또 나 홀로 만찬을 누립니다.
그 바위밖에 없는 정상에 marmot 이 나타납니다.
지상에서 먹는 음식 주지 말라고 하는데
어찌 야박스럽게 혼자 먹겠나 싶어,
아몬드 하나 던져주니 열심히 먹습니다.
아마도 이곳의 터주대감인듯합니다.
아점도 다 먹지도 않았는데,
오늘도 비가 왔을까요, 안 왔을까요???
내렸답니다.
회색 구름과 함께 오늘은 대낮부터 비가 내릴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말리려고 펼쳐놨던 침낭이랑 비비색을 부지런히 걷어서 짐을 쌉니다.
이제는 제가 jmt의 기상 캐스터가 다 되었습니다.
천둥소리와 구름의 색을 보아하니 어제보다는 심한 비가 내리겠지만은 우박은 없겠구만---
이제는 햇빛을 가려주는 이 비를 즐기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우비도 안 입고 다닙니다.
적당히 내려주는 비로 선글라스도 필요없고, 얼굴에 맞는 비로 촉촉한 피부가 정말 기분 상쾌합니다.
또한 이런 비가 만들어 낸 먼 산경치,정말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파리는 안개에 젖어'??
안개에 젖은 파리를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아마도 이 안개비가 내리는 jmt와는 비교가 안 될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할수있습니다,
이 풍경앞에서 정말 카메라를 안 가져온걸 후회하는 호수의 풍경이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뻐근해 지는 느낌이 옵니다.
자주 와 보셔야 합니다, JMT는 꼭 선물을 준답니다.
이런 비와 우박을 두려워 하지 마십시요, 이쁜 하얀눈은 조금 두려워 하시길----
홀로 산행에도 용기를 가져보십시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된답니다.
오늘 목표지점까지 신나라 걸어갑니다, 10 마일--------------
멀어라~~~~~~~~~~~~~~~~~~~~~(한숨 푹!!!!!!!!!!!!)
중간 어디쯤, 샛길이 나면서 Bench Lake 1.5 마일 표시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비는 내리고, 맞을 정도 비건만, 비 핑계+ 안 가본 밴치 호수도 구경할겸,
옆길로 빠지기로 결정합니다.
호수에 밴치가 있나???호수 모양이 밴치 모양인가????
할일 없는 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호수에 도착하니 아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홀로 이유를 만들자면 Mr. John 께서 여기 와서 정말 쉬고 싶었나보다, 밴치에 앉아서 말이죠.
크크크크!!!
이곳은 외진곳이라는 느낌이 확 느껴지면서 곰이 나올것 같은 느낌이 확 듭니다.
저도 야인이 다 된지라 동물적인 감각이 확 살아나는것이----
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굵은 소나무 밑둥이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호수에는 고즈넉하게 내리는 비의 파장이 또한 예술 작품이랍니다.
넉넉한 시간, 영어책 폼을 또 잡아볼까나???
그러나 책은 나의 수면제.....
제법 굵어지는 비 핑계로 몇시인지도 모르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자....
너무나도 달게 잤나봅니다.
잠시 깨어난 숲속의 분위기, 비가 그치고 해가 중천입니다.
뭐야?????? 지금 한 낮인가봐!!!!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졸린거지???
또 쿨쿨~~~~~~~~~~!
~
~
두 잠을 열심히 자고 일어났더니 그제사 어스름 어둠이 밀려오는 밤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뿔싸, 오늘의 이 긴긴밤을 우찌 날밤을 샐거나!!!!!!!!!!!!!!!!!!!
이젠 호수도 안 보이고, 내 친구 영어책을 꺼내듭니다.
이번에는 이해를 했을까요, 못 했을까요?
했습니다.
열공했습니다, 해드랜턴까지 꺼내서 말이죠!!!!
왜냐면, 두 남녀사이의 애뜻한 사랑 이야기가 전개 되었거든요. 흐흐흐흐흐!!!!
나이는 먹어가도 사랑이야기는 어찌 이리 가슴 뛰게 만드는지----
나름 이해가 좀 된 사랑이야기 자랑을 좀 하자면 이렇습니다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끼, 많은 책을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제 느낌이 사랑이야기를 단아하게 우아하게, 또 고급스럽게 표현을 하는 점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두 청춘들이 많은 방황을 하다가 결국에 자아를 찾게 된다는 정직함을 표현해서 좋았구요.
이 책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12살 국민학교에서의 첫사랑을
38살, 안정된 가정과 몇개의 재즈바를 운영하는 나름 성공한 중년의 나이에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여자주인공이 또한 베일에 쌓여있는 인물로 나옵니다.
비가 오는 밤, 9시경 이면 나타납니다, 자기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하고는요.
한동안 못 온다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집니다..
그동안 남자 주인공은 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가고, 수영을 매일 왕복 2000미터를 하면서,
아무 의미도 모르는 와이프와의 생활에서 ,한달, 두달-----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어느날 뭔가 채워지지 않는 무의미한 인생이라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때쯤 드디어 여자 주인공이 재즈바에 나타나게 되면서,
남자 주인공의 적극적인 사랑공세가 펼쳐지는 그런 부분이었답니다.
그러니 제가 열공할만도 하겠죠?
그러나, 책 진도는 더 나가고 싶은 맘 굴뚝인데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합니다.
노안이 찾아온지라 눈은 또 왜 이렇게 시린지-----
또 책을 접고, 굴속으로 웅크리고 들어가는 외로운 산처자 신세로 돌아갔답니다.
허나 이런 외롬, 1분이나 지나갔을까요???
또 쿨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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