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그 至高至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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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 至高至順
6월 첫 토요일, 활주로가 태평양 파도와 이웃하는 Oakland 공항, 그 관제탑 바로 아래에 자리한 Wedgewood Wedding & Banquet Center는 바다의 정취(情趣)에 싸여 있습니다. 초원(草原) 위 하얀색 정자(亭子) 앞에 사위가 서있습니다. ‘백 년 손’인 사위에게 작은딸의 손을 얹혀주려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습니다.
넓게 펴진 웨딩드레스 끝자락을 밟지 않으며 발걸음도 맞춰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생각에 머릿속은 텅 비워집니다. 맨 앞줄 자리에 앉고서, 올려다 본 하늘은 조금 전까지 가득했던 바다안개가 말끔히 가셔 더욱 푸릅니다.
4년 전 큰딸에게 갑자기 덮친 병마(病魔)는 글자 그대로 밝게 갠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靑天霹靂)이었고, 이에 작은딸이 “나이 든 엄마보다 젊은 내가 낫다”고 직장에 장기 휴직원을 내고 간호를 자청했습니다. 동생의 뜨거운 형제애(兄弟愛)가 언니의 기사회생(起死回生)을 세 번이나 이끌었습니다.
6년 가까이 이어온 사랑을 평생 반려자(伴侶者)로 알리는 자신의 혼례식에서 언니의 축복도 함께 받길 원했습니다. 장기이식(臟器移植)의 후유증을 앓는 언니가 거주하는 San Francisco에서 예식장을 찾았고, 멀리 뉴욕서 오는 친척의 편의를 위해 국내선이 내리는 공항과 가까운 곳을 택했습니다.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원해, 청첩을 돌리지 않고 가족과 친한 몇몇 친구만 초대한, 조촐한 예식을 준비했습니다. 집례자도 면허(Wedding Officiant Certificate)를 지닌 친한 친구에게 부탁했고, 그의 도움말과 경험에서 배어난 깔끔한 진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돋보였습니다.
결혼반지를 나누는 신부와 신랑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아름답습니다. 늘그막에 이 아름다움에서 자신의 신혼시절을 되살리면, 이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뛰어넘습니다. 더욱이 딸이 출가(出嫁)하는 아비의 눈에는 온 누리의 지고지순(至高至順)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으로 비춰집니다. 사람 한평생 통틀어 가장 귀하게 기억되는 정겨운 모습입니다.
불현듯이 10년 전의 부끄러웠던 기억에 허우적거립니다. 아비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뒷바라지를 못해 주어, Phi Beta Kappa 받은 4년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을 학문으로 이어가지 아니하고, 취업을 택해 교육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게 했습니다.
혼례의식의 백미(白眉), 딸과 사위가 팔짱 끼고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앞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순간부터 새 가정 새 삶을 일구겠다는, 몸과 마음이 함께 표현하는 선언(宣言)입니다. 예식을 마치고 나가는 집례자의 뒤를 이어 처와 함께 산소 흡입기를 꽂고 휠체어에 앉은 큰딸을 밉니다. 들어올 때 작은딸을, 나올 때 큰딸을 이끄는 감회(感懷)는 남다릅니다.
그제 낮, 결혼식은 마땅히 신부님 앞에 고(告)해야 한다는 시어머님의 한결같은 믿음에 좇아, Rancho Cucamonga 지역에 자리한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성당에서 한 번 더 혼례식을 올렸습니다. 팔순(八旬) 노모의 뜻 그대로, 경건하고 장중한 가톨릭 의식의 혼인성사(婚姻聖事)는 뜻 깊었습니다.
오늘, 딸과 사위는 신혼여행을 아프리카 오지(奧地)로 떠났습니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글귀를 떠올리며, 전인미답(前人未踏)에서 한평생 고이 간직할 추억을 가득 담아오길 기원했습니다.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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