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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겨울 끝자락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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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terLee
댓글 0건 조회 480회 작성일 1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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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Cugamunga Peak 을 오르며

    

     아직 눈이 있어 쿠카뭉가 픽(Cugamonga Peak) 에 접근하기가 어떠할까 하면서 집을 나섰다.  집 주위는 이미 봄인데 이른 아침 이곳 아이스 하우스 케년(Ice House Cyn)은 몸이 움치려 질 정도로 차가움이 감돈다.  겨울동안 퇴색 되고 엉크러진 나뭇잎들이 산길 주변에 뒹굴고 있어 차가움을 더한다.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발밑 계곡에는 겨울 끝 눈 자락을 녹인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그물이 바위에 부딧치면서 만들어진 물방울이 수정 같아 눈길을 끈다.

 

    동부나 한국의 깊은 숲 계곡의 물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찾을 때 마다 들려주는 물소리는 이 사막의 도시 로스안젤레스에서는 고맙게 느껴진다.  계곡 사이사이 하얗게 남아있는 눈 줄기는 겨울을 지키려 안 갓 힘을 쓰고 있지만 봄을 재촉하는 해살에 힘을 일어가고 있다.  지금 내 집 주위는 70도를 넘나드는 완연한 봄이지만 고산 높은 곳에는 아직도 눈이 많아 입산이 금지되고 불가한 곳이 많다.

 

     아이스하우스 캐년 쌔들에 다르니 조금 망서려 진다.  정상으로부터 내려 뻗은 깊은  계곡사이로 흰눈이 제법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이 사월 말이고 눈이 있어도 오히려 밟기에 적당 할 것 같았다.  일 이 월에도 왔었는데 하면서 망설이는 마음에 책질을 가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역시 곳곳에 눈이 쌓여 있어 제법 겨울 같았다. 이 눈길을 걷는 것도 금년에는 마지막일 것이다 생각하니 눈 덮인 이 길이 위험스럽기보다는 오히려 고맙고 아쉬움 마저 든다.  드리어 정상에 올라섰다.  흰눈만 빼고는 내려다보이는 온통 시야가 봄기운이 완현하다.  아니 여름이다. 엘에이 근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차들은 어디론가 달리고 있고, 집들은 성냥갑 만해 보인다.  다운타운 고층건물들도 조그만 박스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평화스럽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시비가 엇갈려 있음이 눈에 선하다. 왜들 무엇을 위하여 그리 분주한지 모르겠다. 모두가 언젠가 지구를 떠나야하고 그것도 빈손으로 가야하는데.

 

     이제 가슴이 시원해진다.  이리도 시원한 것을 보니 내 마음이 무척이나 답답 했나보다. 저 멀리 산 고고니오, 산 하신토 정상이 흰 눈을 보이면서 오라고 손짓한다. 다녀 온지 얼마 안 되는데 그리 성화를 부린다.  구름이 도시를 온통 덮어 버릴 때면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이다.  이때 나의 마음은 구름위에 떠 있는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아주 홀가분하여 기분이 상쾌해 진다.

 

     눈앞에서 빅혼 한 마리가 바위에 홀로 서서 저 밑 분주한 시가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인디언 추장이 문명을 걱정 하는 모습이다.  잠시 후 나에게 눈길 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먹이를 찾으려 이곳까지 온 것은 아닐 진데 그것도 혼자서 왜 올라 왔는지,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곳은 왜, 무슨 생각 했냐고’ 물어 보리라.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법 하다.  빅혼은 내려갔고 이제 나도 내려가야만 한다.  시름도 답답함도 좀 내려졌는지 하산 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파킹장에 도착하니 숲속에 뒷 풀이로 차려놓은 수박 맥주 등은 어느 음식보다 진수성찬 이다.  수박 한 입에 갈증과 더위가 가시고 맥주 한잔에 온 피로와 시름이 사라진다.   주거니 받거니 마음과 함께 담아 나누면서 동료들이 재담을 풀어내는 분위기는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선배님들의 생활 덕담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산행을 마치고 집을 향 할 때는 해지는 모습이 마주치게 되고, 아침에 산을 향 할 는 해 돋는 장관을 맞이하게 된다.  해 돋고 지는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환희가 솟구친다.  평상시 집에서, 여행 중 이라도 늘 이시간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마주치는 검붉은 석양의 색채는 유난히 고요하다.  이제는 해가 지는 것은 하루의 마감이 아니라 활기찬 내일을 기대되는 향연이고 겨울의 끝자락도 봄을 예고하는 서곡이다.  

 

   오늘 산행에서 얻은  지혜가  삶의 후반에 주는 멧세지로 다가와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석양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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