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綠의 싱그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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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綠의 싱그러움
산은 온통 연초록(新綠)의 잔치, 기지개 켜는 숲은 가득한 향기로 정녕 싱그럽습니다.
어제, 드넓은 San Gorgonino의 Tahquitz Peak 오르는 길(trail). 굽이굽이 돌아 오를 때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나무꾼의 땀을 닦아주는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이 세속(世俗)에 절은 잡념에서 헤어 나오게 해줍니다.
산자락이 맞닿은 곳에는 의례 샘물이 졸졸 솟아 휘감아 돌아내립니다. 이는 땅 속의 정령(精靈)이 땅 위로 솟음이기에 허망(虛妄)의 찌꺼기를 조약돌에 감아 내립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송백(松柏)이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는, 곧게 뻗은 소나무와 잣나무가 울울창창합니다.
충만한 삶은 진한 내음을 저절로 내뿜습니다. 꽉 찬 여물은 도토리와 가냘픈 외쪽날개를 단 잣(柏子)들이 지천으로 널브러졌던, 늦가을의 풍요(豊饒)를 다시 일구기 위해 지금부터 송백의 몸통에서 배어나오는 내음입니다.
왜인지 산불 감시대에서 떠오른,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바뀜은 갑돌이와 갑순이(善男善女)의 태어나고 늙고 아프고 죽는 일생과 다르지 아니하다고 느껴집니다. 이는 비단 사람뿐 아니라, 이름도 없고 꾀죄한 풀잎일지라도 목숨을 지닌 생명체는 모두 같겠습니다.
그제는 Sunset Ridge Trail로 Echo MT.에 오르다가 노란색의 Spanish Broom 야생화에 한동안 넋을 내려놓았습니다.
초여름 햇살이 꽃망울을 터트리자 얇디얇은 속살을 봉긋하게 오므립니다. 차마, 혼자서는 수줍음을 가누지 못해 길 양쪽으로 무리지어 하늬바람에 온몸을 내맡깁니다. 그래도 영롱한 눈부심이 배어나기에 더욱 자태(姿態)가 돋보입니다.
군락(群落)의 풍요가 더욱 진한 내음을 진동(振動)시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한 마리 나비, 벌로 탈바꿈해 그 가녀린 속살을 닫아주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가누지 못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잠시 유열(愉悅)과 평온에 잠겼습니다. (201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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