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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靈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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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1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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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靈魂

     

   차창으로 다가오는 H'way 395 광경(光景)은 Inyo national forest의 고봉준령으로 가득 메웁니다. 20 여년 만에 다시 찾은 산천은 예나 지금이나 같고(依舊), 구름과 바람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이 있으며, 그리고 옛 선비의 수묵화(水墨畵)의 재현인 듯싶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산기슭 아래 해발 9천 피트에 자리한 East Fork 캠핑장은 몸과 마음을 몽땅 숲의 품안으로 감아 들입니다. 부챗살을 펼쳐놓은,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숨바꼭질하듯 1백34 곳의 자리가 나지막한 둔덕을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고, 왼쪽으로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을 품은 산마루로부터 내려 받은 맑은 물이 굽이쳐 휘감아 내립니다. 2박3일 머무는 동안 속진(俗塵)에서 벗어났음을 확연히 깨우쳐줍니다.

  

   여태껏 잔설을 이고 있는 양쪽 산기슭에 늘어선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바람(風)이 씨앗을 내려준 곳의 땅속에서, 비록 메마르고 열악한 땅일지라도 아무런 불평도 아니 하고, 움트러 새 생명을 잉태하고 땅 위로 올랐습니다.

    뿌리가 길어 올린 지령(地靈)에 햇살이 내려준 자양분을 합쳐 수백 년 수천 년을 한결같은 삶을 영위하기에 나무도 영혼을 지님은 틀림없습니다.

    오월 하순의 날씨로는 매섭습니다. 땡볕이 내려쬐는 사막지역에서 찾아온 나그네들을 위한 생색내기 아니면 기상이변일수도 있겠으나,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빠갠 통나무를 무더기로 태운 불볕에 매달리게 합니다. 매달아 놓은 주머니에 값을 넣고 필요한 만큼 가져오는 무인(無人) 판매대에서, 첫날과 둘째 날 모두 여섯 뭉치의 장작을 나르게 합니다.

  

   나무의 산화(散華). 땅에서 태어나 삶을 끝내고 본래의 땅으로 돌아가서 진토(塵土)되는 순리, 이를 가로막고서 불태워 허공으로 치오르게 함은 자연에 거역(拒逆)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를 알고서도 나무가 마지막으로 내뿜는 처절한 열기(熱氣)에 한걸음 더 다가갑니다. 머리의 생각과 달리 몸은 조건반사로 움직이는 모순(矛盾), 이 자가당착(自家撞着)은 일요일 밤늦게까지 이어집니다.

    혹한(酷寒)에 몸과 마음마저 떨며 한밤을 꼬박 지새우고 맞이한 둘째 날 아침, 파랑새(blue bird)가 찾아옵니다. 예로부터 사람에게 기쁜 일을 알려준다는 길조(吉鳥)는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가, 그리고 어쩌다 훌쩍 스쳐 지나가는 것도 아닌, 유독 머무르고 있는 23번 캠프장 주위만 맨 돕니다.

    정수리에 왕관을 이고 몸통에 푸른색을 띈 파랑새의 출연은 일행 모두에게 기쁜 일을 미리 알려주러 왔음이 틀림없습니다. 먼저 돌아와 혼자 앉아있는 한낮에도 한 번 더 모습을 보였습니다.

    Mosquito Flat에 이르자, 오래전부터 다녀오고 싶어 꿈꾸었던 John Muri Trail의 출발점 표지판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닿은 돌계단을 지나고 나서는, 잠을 설친 체력으로 감당할 수 없기에 더 오름을 접습니다. 캠프장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욕심을 내려놓은 보상(報償)으로 몇 곳을 빛으로 담는 행운도 얻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박물관도 있습니다. Bishop, Indepence, Long pine 등 작은 마을들이 지녀온, 기껏 1백년 내외의 세월의 흔적을 세세히 모아놓고 보여줍니다. 이런 저력(底力)들이 모아져 지금의 미합중국의 토대(土臺)를 쌓았습니다. 건국(建國) 2백년에 불과 몇 십 년을 보태서.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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