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ssom Trail / Histor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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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역사탐방길
(Blossom Trail/ History Trail)
아주 오래전에 킹스캐년(King’s Canyon) 을 들락거린 적이 있다. 프레스노( Fresno) 시 남쪽 180 번 하이웨이(HWY)을 99 번 하이웨이 에서 가로 지르기 위해 가끔 리드리(Reddley) 시와 다뉴바( Dinuba) 시 주변의 농장지대 길을 지나 갔다. 이 길 모두가 꽃길(Blossom Trail)이 라 부르는 것을 지금 알았다. 이중 60여 마일을 특별히 지정 매년 꽃이 만개할시(2월말-3월초) 이 꽃길을 따라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이 꽃길을 자전거 꽃길( Blossom Bike Trail) 라고도 하여 자전거 타는 이들도 많이 찾고 있다. 내가 이 길을 지났던 계절은 주로 여름이나 가을이었는데 광활히 펼쳐진 과일 농장지대, 무인 판매대에서 현금 상자에 3달러 정도 넣고 오렌지 한 자루 차에 실은 기억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른 봄, 이곳 풍경은 꽃 나라 그 자체였다. 줄 잘 맞추어 서 있는 과일 나무 는 사람이 자연을 가꾸는 솜씨보다 아름다움 만 돋보였다. 가슴에 넘쳐흐르는 느낌을 말로 표현 해 보려 하지만 답답함을 금할 길 없어 탄식도 해 본다. “하늘에는 별꽃 땅에는 Blossom” 그저 중얼 거리며 몇 자 적어보지만 마음에 차지를 않고 커다란 느낌이 손끝에서 멈춰 버린다.
과일나무는 화사한 색과 달콤한 꿀로 벌을 유혹 한다. 열심히 드나드는 벌들의 수고와 일 년 내내 손길이 분주한 농부의 수고로 맺은 꿀과 과일을 우리는 무심코 즐기니 얌체 같은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느껴 본다.
알몬드(Almond), 프럼(Plum)의 화사한 하얀 꽃, 살구와 배꽃의 연분홍과 붉은색의 어울림은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작업 이다. 씨츠러스(Citrus ) 흰 꽃잎이 눈 날리듯 바람에 나부끼니 이에 운치가 더 해졌다. 특히 털 없는 복숭아 ( Nectarine) 의 진분홍 꽃은 한인 김호(찰스김)선생님이 개발해서 그러한지 친근감이 더 다가 왔다. 진분홍색에 이렇게 강인함이 있는지 새삼 놀랐다. 그는 이로써 백만장자가 되었고 조국 독립과 한인 유학생에게 많은 재정적 도움을 주었다.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하여 로스안젤레스 한 초등학교에 ‘찰스김 초등학교’로 명명 해 졌다.
킹스캐년으로 향하는 길 산자락에는 벌써 새 싹이 돋아나 소 말들이 한가로이 풀 뜯는 모습이 유럽풍 목가적 이었다. 오렌지 나무에는 아직도 오렌지가 주렁주렁 하여 계절을 무색케 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서 먼발치에 있는 세코이아 팍 (Sequoia Park)과 킹스케년 산 정상 눈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하얗게 보였다. 씨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들 정상 에는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있었다. 그 위로 두둥실 뭉게구름 떠 있어 산쟁이를 또 유혹한다.
이곳 리들리 시와 다뉴바 시에는 한인 이민 선조의 혼이 잠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꼭 들러 보리라는 설레 임도 가지고 있다. 얼마 전에 도시 한가운데에 리들리 한인 이민역사 기념각 (Reedley Korean Heritage Pavilion) 이 세워 졌다. 이에 다가서니 가슴이 숙연해 졌다. 이승만 대통령, 안창호선생님 등 10여명의 선조들의 흉상과 함께 공적을 담은 비가 서 있다. 모두들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삼고 조국 독립에 일조한 독립 유공자들 이다. 한 분 한 분의 비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비문을 읽으니 그들의 삶이 스쳐 갔다. 뇌리에서 자리 잡은 흑인과 남미 농부 얼굴이 우리 조상의 얼굴로 변하면서 안쓰러움에 숨이 거치러 진다. 열 분의 비 뒤에 우뚝 서 있는 독립문은 한이 서린 조국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1,900년경, 이곳 리들리 시 와 다뉴바 시에는 7,000 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 하와이에서 이주한 분들로 과일 농장에서 일을 했었다. 이제는 10여명의 한인이 거주한다. 딸아이에게 아름아름 선조의 이야기를 해주나 고개만 끄덕 일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 선조 후예들도 아버지 어머니가 살던 곳으로만 기억하고, 어디선가 단지 미국인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오십삼 이민 선조들이 묻혀있는 다뉴바 마운튼 묘지, 백칠십 이민 선조가 쉬고 있는 리들리 묘지, 이승만 박사 결혼축하 파티 장소인 죤고씨 자택, 이승만 박사와 안창호 선생님이 묵고 있었던 버지스 호텔, 한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리들리 한인 장로교회 등 선조의 얼이 이곳에 있다. 그리고 이곳 주변 도시에도 모텔 등 그들의 삶의 현장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곳 모두를 둘러보려 했으나, 돌아갈 길이 멀고 , 아내와 딸아이 가 피곤하다 하여 그냥 돌아 섰다. 다시 오리라는 약속도 해 보지만 언제가 될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선조의 혼은 담고 돌아서니 위안은 되었다.
아름다운 꽃, 한가로운 목장 풍경, 눈 덮인 산 그리고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이 어우리는 한판의 봄 축제에 역사의 얼까지 합세하여 즐거웠고 보람도 있었던 꽃구경과 역사 탐방(Blossom Trail, History Trail ) 이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우 드림
(03/12/2012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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