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 三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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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三 月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한평생 춥게 살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安樂)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회자 되어온 매화(梅花), 일찍이 옛 선비들은 봄의 전령(傳令)으로 일컬어왔습니다.
매실나무는 만물이 추위에 떠는 겨울철 꽃샘추위를 비웃듯 앞장서서 가지가지에 꽃망울을 활짝 열기에,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등 선비의 지조(志操)를 뜻하는 사군자(四君子)의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책갈피에서 어설프게 깨우친 이 매화의 향기(香氣)를 뒷산 오르내리며 풀꽃에서 맡았습니다.
한 생명의 경외(敬畏), 아주 쬐끄만 풀잎을 모태(母胎)로 맨땅을 헤집고 올라 의연(依然)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 할 수 없는 낮춤, 줄기도 없이 한 겹 펼친 잎새에 그대로 꽃망울을 올리고 마침내 꽃을 피웠습니다. 부활(復活)의 빛, 밝은 노오란 색깔로 아침햇살을 맞이하여, 오만(傲慢)한 사람들에게 삶은 자연이 주어진 그대로를 겸허히 순응(順應)하는 것이라고 일깨웁니다.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의 야트막한 야산(野山) 산등성이 길섶에도 춘삼월(春三月)이 왔습니다. 음력으로는 스무날 남짓 더 기다려야 하지만. 동-서쪽으로 이어져 어느 쪽으로든 돌 수 있는 길섶의 아침녘은 아직은 쌀쌀하지만 그래도 삭풍이 훨씬 누그러진 봄바람이 휘감습니다. 내려쬐던 사막의 땡볕에 누우렇게 타버린 잡풀더미에 한겨울 단비(甘雨)가 새 생명을 잉태시켰고, 고국의 봄철에 맞춰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꾀죄죄한 볼품보다 내면(內面)의 충만이 훨씬 값짐은 비단 이름 모를 풀꽃에 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든 ‘제 잘난 맛에 산다’는 사람들에게, 더구나 여생(餘生)의 노인들에게 절실하겠습니다. 오만을 떨쳐낸 겸허·겸손한 마음으로 산(山) 오르내리면, 자연은 넓은 품으로 받아들이고 미처 몰랐던 깨우침도 안겨줍니다. 그리고 ‘글은 마음의 창(窓)’이나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다’ 등, 글 읽기에서 행간(行間)에 지닌 본뜻을 헤아리라는 가르침도 함께 줍니다.
Throop Peak에 다녀온 2월 마지막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출발지 Windy Gap Trail 표지판이 보이는 펑퍼진 길을 10여 미터 남기자 ‘오늘도 무사히’ 다녀왔다는 오만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허공을 쳐다보며 두발을 건성건성 내딛자, 머릿속은 새로 나온 Mirrorless System Cameras를 지니고 싶은 탐욕에 빠져 헤맵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떨어지자, 발이 널브러진 잔돌에 걸리고 몸은 쓰러집니다. 오른쪽 팔꿈치에 남겨진 찰과상은 산이 내린 준엄한 꾸중입니다.(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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