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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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나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 서성이니 애들에 관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오늘 아들 생일이니 무슨 말을 할까 생각 중이다. 생일마다 애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는데 귀담아듣지 않아서 오늘은 특별히 더 고민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표현 방식이 그들의 언어가 아닌 내 방식대로 말했으니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책임은 온통 내게 있었다. 편지를 쓸까 하는 생각으로 책상에 다가앉았다. 애가 한글에 서투르니 짧은 영어로 쓸까 하다가 다시 한글 자판으로 키를 바꾸었다. 한글로 쓰면 어려서 한글학교에 다닌 실력으로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가름할 수도 있고 한글에 관심도 높여 주고 싶었다. 내가 개인적인 편지를 공개하는 이유는 아들에게 쓴 편지이지만 동시에 나도 아들이기에 나 자신에게도 쓰는 약속과 같아 읽어 주는 분들에게서 다짐을 받아 두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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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Jason에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나도 이제는 아버지가 됐다는 것”에 나는 무척이나 흥분됐었다. 네 생일이 되면 그때의 기분이 다시 일어나 마음이 다시 설레 인단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너도 곧 결혼하면 알게 될 것이다. “생일을 축하한다!”
이제 네가 독립해서 잘 지내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네가 남을 잘 배려하는 마음을 칭찬해 주고 싶구나. 네 생일을 즘 하여 내가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훌륭하고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않으련다. 이제는 너도 성인이고 자유인이니 너 나름대로 알고 있을 터이니 혼돈을 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의미를 다시 새기면 성인, 자유인은 삶의 선택을 자기가 하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가정과 사회의 보편적 질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사이 네 엄마로부터 네가 앞으로 삶에 많은 고민을 한다고 들었다. 엄마는 그것을 너의 고통으로 받아들여 안타까워한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너는 자유인이니. 고민이 많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미래가 넓게 펼쳐있어서 선택이 어렵다는 것이다. 네가 새파란 청춘임을 말하는 것이다. 청춘은 빛나는 원광석과 같다. 그것이 쪼개지고 다듬어지는 동안 아픔을 겪으면서 다양한 보석이 되듯이 청춘에도 이러한 아픔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는 너만의 문제가 아니고 네 또래 모든 젊은이가 겪는 과정이다. 모든 것은 너의 선택이니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스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이미 경험을 했듯이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반복만 하지 않으면 된단다. 실수로 받은 고통은 너를 더 강하게 지혜롭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마라. 고통으로 좌절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선택을 잘해서 때로는 큰 기쁨을 맛볼 때도 있단다. 그때에는 뒤돌아보지 않게 된다. 너무 자만하지 말아라. 자만은 멈춤이고 때로는 추락이란다. 고통도 기쁨도 곧 지나감을 너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살면서 기쁨이 생기거든 나와 엄마에게 나누어 주렴, 어려울 때도 비록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 줄 수 없더라도 이야기해 주렴,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과 고통은 나누면 작아진다고 하더구나.
과일나무가 물을 주며 잘 가꾸면 제 시절을 맞아 꽃이 피고 견실한 열매를 맺듯이 매일매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면 어느 시기에 “훌륭하고 행복한 삶”이란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하는 삶"을 살라 당부하고 싶다. 이를 위하여 운동하고, 책을 읽고,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봉사도 하고, 편지 등 글도 자주 써 보아라. 삶에서 의문이 생기면 선배나 선생님 직장 상사에게 언제든지 질문을 드려라, 쾌히 응할 것이다. 그러면 답도 얻고 좋은 관계도 유지될 것이다. 여러 곳을 여행하여 다른 문화도 많이 접하기 바란다. 이런 것들은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로 행복과 직결된다. 주위에서 성공했다는 말에 흥분하거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삶이란 마라톤이라 하지 않는가. 마라톤과 삼종 경기도 해본 너는 잘 알 것이나 노파심에서 당부한다. 결과가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망설여질 때는 머무르지 말고 그냥 가거라. 네 갈 길을 묵묵히 가거라.
그리고 네 친구 오드리에게 잘 대해 주어라. 네 동생 데비가 아빠 엄마에게 소중한 딸이 듯이 네 친구도 그녀의 부모에게는 매우 소중한 딸이란다. 잘 보살펴 주어라. 될 수 있는 한 의견을 들어주고 못 들어 주더라도 의견을 존중해 주렴. 네가 이 편지를 받고 어린아이에게 주는 편지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30이 가까운 너지만 내게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 걸 어쩌겠느냐. 그래서 나와 네 엄마는 늘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생일을 축하한다!”
이 편지가 귀한 생일선물이 되길 바라면서. 생일에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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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친 후 생일 축가를 부르고 아들이 촛불을 불어 끄고 나서 케익이 한 피스씩 앞에 놓였다. 나는 선물이라면서 내 편지를 불쑥 내밀었다. ‘돈인가’ 하며 아들이 봉투를 열어 편지를 폈다. 기대했던 대로 더듬더듬 읽기 시작은 했는데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옆에 있는 아들 친구가 궁금하니 영어로 말해달라며 나에게 조른다. 나는 편지를 받아들고 다시 영어로 번역하여 읽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지고 아들은 내 음성에 조용히 귀를 기우렸다. 마지막 부분 "친구에게 잘 해주어라."라고 말하니 그 애는 아들에게 이 부분을 하이라이트하라며 다그친다. 다음, 너의 동생도 아빠 엄마에게는 귀중한 딸이라고 읽어 내려가자 딸애가 "빙고" 소리치며 이 부분이 편지에 요점이라면서 흥분한다.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아들이 가야겠다면서 나에게 포옹을 한다. 편지를 손에 들고 촉촉한 눈빛으로 “Daddy, this letter is really valuable birthday gift.” 라 말하면서. 아들에게 다가선 감동이 나에게 다시 진하게 돌아왔다. ‘괜한 편지를 썼나?’ 아들의 차가 언덕을 내려가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이어갔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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