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만둣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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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만둣국
―새해 첫날 Manker Flat 기슭에서
아침햇살
除夜의 은하수 밀어내고
온 누리에 새해 아침 엽니다.
청청(淸淸)한 제야(除夜), 총총한 별들이 밤하늘에 수(繡)를 놓습니다. 이는 정녕 은하(銀河)의 세계입니다. 별들의 반짝임은 그들의 이야기 나눔일진대, 이로써 견우직녀의 전설, 오작교(烏鵲橋)도 세웠습니다.
해발 6천여 피트의 Manker Flat 산기슭, 네 계절용 Himalaya base tent 안에서 새해를 조촐하게 맞습니다. Smart Phone 액정화면이 가리킨 2012년 1월1일 0시0분0초에 맞춰 일곱 개의 Wineglass가 하나가 되어 ‘한미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합니다.
이른 아침에, 더욱이 새해 첫날 산의 품안에 안길 수 있다는 설렘으로 콩닥거리는 가슴, 이를 쓸어내리며 짧은 잠을 청합니다.
오랜만의 제야제(除夜際)는 문득 세월을 오십년 가까이 거슬러 오르며 저의 어릴 적 기억을 일깨워 줍니다. 그때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로 나다닐 수 없었고, 예외로 해마다 두 번 제야제와 성탄절 때만 풀렸습니다. 이 선택받은 날의 특혜를 누리지 못하면 왜인지 억울할 것 같아, 매서운 겨울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종로-명동 거리를 하염없이 거닐게 했습니다.
이 버릇은 New York서는 Times Square의 Countdown 축제에, 이곳에 옮겨와서는 San Pedro의 우정의 종각(Korean Bell of Friendship) 타종행사에도 두어 번 기웃거리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냥 시들어져 무심히 지내왔습니다.
오남이녀의 막내인 저의 꼬맹이 때는 ‘세월이 너무 천천히 간다고, 빨리 새해가 되어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키도 좀더 커졌으면…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칠십 고개를 바라보아야 하는 요즈음은 “세월은 물처럼 흐른다(歲月如流),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를 때때로 허전한 가슴과 늘어진 피부에서 확인하며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아침햇살이 빗겨내려 새날이 밝았음을 알리고, 미풍(微風)이 싱그러움을 보탭니다. 새해 첫날에 빠질 수 없는 전통음식 만둣국, 참으로 오랜만에 참맛을 만끽(滿喫)했습니다. 떡국과 만두를 따로 끓여 합치고 여기에 갖가지 고명을 얹고, 아침녘의 쌀쌀함도 마다한 정성이 손맛에 가득 배었기에, 햇수로 36년 전에 고국서 맛보았던 바로 그 맛을 태평양 너머 이곳의 산에서 즐겼습니다.
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MT. Baldy 산마루를 다녀오자, 한 그릇 더 반겨주었고, 더구나 burner에서 바로 집어오는 쇠고기-갈비구이는 손길이 연이어 나가도록 했습니다.
다른 코스로 늦게 도착한 회원들과의 합류도 음식나누기의 기쁨을 더 한층 높였고, 이날의 백미(白眉)인 전-현직 회장님이 손을 모아 ‘새해축하’ 케이크 자르기로 새해 첫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회원 모두에게 배려하신 조 상하-영숙 전회장님 내외분께 뜨거운 마음으로 고마움을 드리며, 졸문(拙文)이 오히려 누(累)가 될까 두려운 마음도 앞섭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내내 뒤로 처지는 저를 끝까지 보살펴 주신 장군(將軍)님께도 고마움을 얹습니다.(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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