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灰色 터널, 산마루의 依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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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79회 작성일 1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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灰色 터널, 산마루의 依然

  

   하늘 청명(淸明)하고 소소(炤炤)한 바람이 산행 내내 함께 해, 가을 문턱으로 완연히 접어들었음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두 발로 걸어 완만하게 이어지는 MT. Pacifico 산행 길에 오르는 동안, 차타고 휙휙 스쳐 지나갈 때보다 훨씬 그리고 확연하게 다가오는 으스스함, 마치 짙은 안개 속을 헤매는 듯싶은 침전(沈澱)에 빠지게 합니다.

    한 시간 반 넘게 걸린 펑퍼짐한 언덕에 이르기까지, 열병식(閱兵式)의 ‘받들어 총’인양, 고사목(枯死木)이 새까만 몸통으로 연이어 세운 회색(灰色)의 굴(tunnel)을 지나가게 합니다. 화마(火魔)가 휩쓺은, 음영(陰影)을 짙게 드리워지게 해서 좀처럼 여기서 헤어나길 허락하지 아니 합니다.

    가느닿게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싶은 도로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등성에 오르자, 기슭은 이미 누우렇게 퇴락(頹落)한 한해살이 들풀들이 모습을 내밉니다. 멀리 굽이굽이 돌아 병풍처럼 품안아 주었던 산자락도 황량(荒凉)하게만 다가와 안쓰럽기만 합니다.

  

   좀 더 오르자 불길이 밑동에만 스쳐간 노송(老松)들이 서있고, 그리고 산자락과 길 양쪽으로 널브러진 솔방울들이 본래의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몇 백 년 아니 천 년도 넘는 의연함에 화마도 비껴갔음이 틀림없습니다.

    연이어진 능선을 따라 묵묵히 몇 번인가 오르고 내리자, 여느 산처럼 가파른 오르막길이 앞을 막습니다. 산마루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자리한 넓은 쉼터를 품고 있습니다.

    고개를 젖혀 뻗어나간 솔가지를 응시하면 하늘은 더욱 맑게 깨끗해져 내게로 내려오는 듯싶습니다. 두 팔을 힘껏 벌려 숨 들이쉬면 싸아함이 폐부 깊숙이 찔러 온몸을 가볍게 띄웁니다. 듬성듬성 자리한 바위에 걸터앉으면 부드럽고 포근한 맨땅의 숨길이 올라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이 자연의 품에 안기려 매주 산에 오르나 봅니다. 어두운 그림자를 헤치고 나왔기에 감회가 더욱 벅찹니다. 가슴 깊숙이 지니렵니다.

    오랜만에 산행에서 김 선배님 내외분을 반갑게 뵈었습니다. 권 박사님의 고국 지리산 종주(縱走) 경험담은 무척 흥미로웠고, 이곳의 자연에 거슬리지 않는 산행에서 맞는 기쁨이 더욱 큼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 GPS가 새삼 이기(利器)임을 확인시켜준 한 이사님도 고마웠습니다.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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