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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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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90회 작성일 1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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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斷想

 

그를 소반 위에 올리니

일천 뫼 뿌리요

젓가락에 끼워 올리니

허공에 반달이 떠오르다. <송편> 방랑 시인 김삿갓        註, 뫼 : 山의 옛글

 

 

   한가윗날에 송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손으로 빚어 솔잎을 층층이 얹힌 시루에서 쪄내, 햅쌀에 사시사철 푸르름의 기백(氣魄)이 배어든 송편은 아스라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어머님과 두 분의 누님 그리고 고모님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송편을 빚을 때, 꼬맹이는 어리광의 특권으로 끼어 앉아 흉내를 내었습니다. 만두의 개성지방에서 호칭인 ‘편수’를 빚을 때도 같습니다. 이는 반세기도 훨씬 거슬러 올라간 유년기 때의 추억입니다.

    삼십 몇 년 전, 뉴욕 플러싱의 한 한인교회 친교실에서 할머님들이 손수 빚은 송편 은 고국의 맛 그대로였습니다. 태평양 건너와 처음 맞은 한가윗날이기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보태졌습니다.

    이곳서 기계에서 뽑혀져 나온 송편은 ‘무늬만 송편’이기에 좀처럼 손에 집혀지지 않았고,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 입맛에는 더욱 맞지 않아, 오래전부터 외면해 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가위 명절에는 의례 먹는 음식으로 송편과 함께 토란국이 있습니다. 휴전선 너머 개성서 태어난 갑돌이는 경상도 밀양에서 태어난 갑순이와 연분(緣分) 맺은 지 3년째 되는 해에 태평양을 건너와, 이 후부터 토란국의 참맛을 잃었습니다.

갑순이는 “미끌미끌하고 고작 감자 맛만 나는 토란은 경상도에서는 동물먹이로만 쓰인다.”고 시큰둥했지만, 햇토란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갑돌이가 측은해 보였든지, 요리책을 펴들고 또 이곳저곳에 물어보며 끓여주었습니다.

맛보다는 ‘정성’에 만족해야 했고, 새로 개업한 한식음식집에 가면 꼼꼼히 메뉴판을 살펴보는 버릇도 생겼으나, 여태껏 어느 곳에서도 토란국을 찾지 못했습니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고향을 찾는 한가위 풍속은, 이곳 이민생활에서는 그대로 미치지 못합니다. 차례를 거르지 않고 올리는 연로(年老)하신 분들도 계신다고 하지만, 늘 시간에 쫓겨 교회나 사찰의 친교시간에 송편 나눔으로 가름할 정돕니다.

    이보다는 낯선 땅에서 늘 떨치지 못하는 망향(望鄕)을, 떡방아 찧는 옥토기 찾기로 위안을 삼습니다.

 

세월은 달(月)처럼 흐른다.

   

   나이 들어 몸이 쇠약해지면, 마음은 애써 아니라고 우격다짐하고 싶어도 “세월은 물처럼 흐른다(歲月如流).”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엊그제 초승달을 본 듯싶은데 벌써 보름달이 떠있구나!’ 탄식하며 ‘물’ 대신에 ‘달’을 집어넣는 억지 조어(造語)도 해봅니다.

    늙는다는 것은 마음에 때가 끼는 것이고, 아집(我執)이 늘어나는 것이고, 천박(淺薄)해지는 것이고, 때로는 아이로 되돌아간다……등의 옛말은 모두 맞습니다. 때문에 생각함도 앞을 내다보지 않고 옛날로 돌아가서, 문득문득 유년기의 기억을 되뇌게 합니다. 며칠 전의 일은 가물가물해 되살리지 못하면서도, 오래된 어릴 적 추억은 아주 작은 꼬투리만으로 실타래 풀듯 되짚어 냅니다.

    “여우가 죽을 때 제 머리를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首丘初心).”는 사람에게도 같다는, 고향 그리워하는 마음의 확인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누구에나 다 같지는 아니하다’고 깨우쳐준 글을, 이달 첫 금요일과 토요일 연이어 고국의 웹사이트에서 읽었습니다. 늙음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눈과 마음이 번쩍 뜨이게 했습니다.

 

 <너희 늙어봤어? 난 젊어봤다>글은,

젊어본 사람만이 늙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늙은 사람은 한때 젊었다. 늙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진실을 끝내 실감하지 못한다.…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너무 자괴(自愧)하지 말 일이다.…한 노인이 산에 갔다가 펄쩍펄쩍 뛰며 산을 오르는 젊은이 무리를 보고 “좋~을 때다”라고 혼자말을 했다. 한발 두발 정상에 올라가니 1,000년 묵은 주목(朱木)이 그 노인을 굽어보며 말했다. “좋~을 때다.”, 고 끝을 맺었습니다.

<늙는 재미가 참 좋아요> 인터뷰 기사는,

67세 방송 데뷔, 70세 화단 입문, 88세 산문집을 펴낸 이 기옥 할머님이 기자와의 대담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꼭지를 옮깁니다.

• 아름답게 늙는 지혜 — 젊은이들에게 잔소리하지 않는 거요. 그들이 겪어보지 않은 얘기를 자꾸 할 이유가 없어요. 뒤는 산이 되든 바다가 되든, 저희끼리 알아서 살게 놔두고,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양 열심을 다해 사는 거예요.

• 소망 — 무대의 막은 내렸고, 휘장 뒤에서 조용히 내몫을 해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해요.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마음이 외로우면 또 외로운 대로 그것을 극복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 또한 저 성성한 솔잎이고 몇 백 년을 늙어가는 노송의 위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歪曲의 극치

  

   아파트 단지 안의 노천의자에 앉아 한가윗날 보름달을 올려다봅니다. 역시 교교월색(皎皎月色), 글자 그대로 맑고 휘영청 밝습니다. 똑같은 달인데, 한 달 전 MT. Baldy 산마루에서 맞이한 보름달보다 크고 밝게 느껴집니다.

    이 착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혼자 묻고 혼자 답을 찾습니다. 이미 머릿속에 ‘한가윗날이기에 더 크고 밝다’로 입력되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는 본래 간사(奸邪)한 마음이 자기합리화에 편하게 기우려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묻고 답하는 자기성찰(自己省察)은 비록 어깃장을 놓을지언정 남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필부가 아닌 공인(公人)이 내뱉은 언어의 유희(遊戱)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후벼냅니다. 얼마 전 TV화면에서 본 아무개의 눈초리는 섬뜩해, 후안무치(厚顔無恥) 단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201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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