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Sole Mio
페이지 정보

본문
오! 나의 태양 (O Sole Mio)
오늘은 발디산(Mt. Baldy) 정상에서 밤을 지내기로 되어 있는 날이다. 아내가 손수 빚은 만두를 저녁 삼아 입에 물고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7시경 집을 나섰다. 산 밑 주차장에 도착하니 서쪽 하늘은 붉으스레 물들이기 시작한다. 해지는 모습은 언제나 보아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오늘이 보름이니 둥근 달이 기대되어 시선이 자주 동쪽으로 간다. 랜턴 없이도 밤 산행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가 바다에 잠기기 시작하니 더위가 한풀 꺾이어 공기가 신선해져 걷기에 좋았다.
이제 막 잠들기 시작하는 대지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리며 혼자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는 느낌은 평상시와는 사뭇 다르다. 달이 떠오르기 직전이라 조금 어두워 걷기에 불편했지만, 먼발치의 주변 도시들의 불빛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많은 불빛 아래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지낼까?’하는 망상이 잠시 스쳐간다.
두 시간 쯤 걸었을까, 40세쯤 되는 키가 큰 이가 나타나 자신을 윌리암이라 소개한다. 밤 산행이 좋아서 가끔 저녁에 이곳을 찾는다 한다. 나도 종종 산 정상에서 밤을 지낸다 했더니, 특별한 취미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별 취미인 것은 피차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응수했더니 맞는다면서 피시 웃는다. 그는 정상을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한다. 노부모께서 자식의 밤길이 걱정돼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멀리는 못 간다고 한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이미 세상에 안 계신 내 아버지 어머니도 하늘에서 내 발길을 지켜보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산 정상에서 묵고 있는 동료 부모들도 이 세상에 계시건 하늘에 계시건 어디서나 자식들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지켜보실 것이다. 이 숙연한 마음을 안고 12시경 정상에 도착했다.
달빛이 찬란한 정상은 매우 고요한 분위기이다. 정상에 모여든 이들은 이제 텐트 속에서 깊은 잠에 잠긴 듯했고, 꿈속에서 또 다른 나래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해맑은 둥근 달이 이들을 지켜보고 밤을 지새고 있다. 정상 표지판( Mt. Baldy 10,068ft)옆에 침낭을 펼쳤다. 텐트 없이 오리털 침낭에 몸만 달랑 감싸고 얼굴만 별이 총총한 하늘과 마주했다. 그러고 있노라면 세상만사는 뇌리에서 하나 둘 벗어나기 시작, 나는 우주에 희석되어 없어진다. 혹한 겨울에 고산에서 텐트 없이 밤을 지내면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몰아쳐 견디기 어렵지만,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차가운 느낌은 곧 사라진다.
오늘은 달빛이 매우 강해서 별빛이 현란하지 않아 조금 실망했지만, 아침에 일출 광경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기대에 위안을 삼으며 잠을 청했다.
지난 주말에는 화이트마운틴(White Moutain 14,264ft) 정상에서 밤을 보냈다.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 주변은 매우 목가적이었다. 금년에 눈이 많이 내려, 평상시 같으면 마른 풀과 잡석으로 뒤덮인 산 주변이 푸른 초원으로 덮여 있었다. 산속으로 진입하는 50마일 동안 내내 펼쳐진 경관이다. 한 동료가 몽골 평원에 온 기분이라 칭송한다. 정상에는 아직 눈이 쌓여있고 거센 찬바람은 기온을 영하 이하로 끌어 내렸다. 바람을 피해 대피소 건물 옆 시멘트 바닥에 침낭을 꺼내 몸을 숨기고 얼굴만 하늘과 대면시켰다. 역시나 별들이 쏟아지는 듯했으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살아온 흔적들이 하나하나 희미하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총총한 은하계를 바라보며, 광활한 우주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면서 의상대사의 법성계(진리세계의 노래)에 선시 한 구절을 떠오려본다.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 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무량원겁 즉일념(無量遠劫卽一念 ) 일념즉시 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 풀이하면 "한나의 먼지속에 모든 세상을 포함하고 또한 모든 세상이 한 먼지속에 있다." " 한량없는 세월이 한 생각과 같고 한 생각 역시 수많은 세월과 같다." 라는 내용일 것이다.
공간과 시간을 얼마나 시원하게 표현한 시 문구인가.
고산에서는 산소가 부족한 탓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꿈을 많이 꾼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잠을 전혀 자지 않은 기분이 든다. 이곳의 높이가 14,264ft가 된다. 역시 별별 꿈을 꾸면서 어렴픗이 눈을 뜨는데 옆에서 같이 밤을 보냈던 친구가 커피를 따르면서 코를 골며 어떻게 그리 잘 자냐고 부럽다고 말한다. 기분에는 꿈만 꾼 것 같은데 몸이 상쾌한 것을 보니 제법 잠을 잘 잔 모양이다. 바람을 피하려 몇차례 이리 저리 잠자리를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편안한 밤이었다. 이른 아침 정상의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따스한 커피를 손으로 감싸며 일출을 기다린다. 동쪽 멀리 지평선 주변이 붉은색으로 물들여 곧 엷게 퍼지기 시작하더니 붉은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서쪽 씨에라 네바다(Sierra Nevada)산맥의 눈 덮인 고봉들이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경관을 만든다.
하산 길에 산양 30여 마리가 짧은 풀을 맛있게 뜯고 있다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가 객이고 주인 인지 서로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들은 매우 한가롭고 행복해 보였다. 더 많은 행복을 찾기 위해 힘센 보호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양들끼리 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우리는 더 행복을 위해 항상 의지 처를 찾지 않는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이곳 발디산 정상은 화이트 산보다 4,000Ft 낮고 바람도 없어 매우 포근하다.
잠속에서 발자욱 소리에 깨어 시계를 보니 5시, 몸을 일으켜 물을 데워서 마시는데 두 청년이 올라온다. 이른 이침에 웬일이냐 물으니 샌디에고에서 어제밤 11시에 출발하여 새벽 5시 조금 지나 이곳 정상에 도착한 것이란다. 사진이 취미인 그들은 일출 이미지를 담기 위하여 밤샘 한 것이라 한다. 무엇이던 좋아하면 사람의 의지는 발동하는구나하고 무심코 중얼거린다.
동쪽 저 멀리 지평선으로부터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노란색을 띤 붉은색이 나타나더니 양쪽으로 검붉은 색으로 넓혀지면서 지구에 에너지를 쏟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광경을 음악가는 어떠한 소리로 표현할까? 시인이라면? 그리고 화가는 화폭에 어떻게 담았을까.
주위 텐트에서 하나 둘 모여 20여 명이 해돋이를 기다리며 웅성거린다. 모두 카메라에 손놀림이 바쁘다. 드디어 태양이 손톱 끝처럼 수줍은 듯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아니 무척 빠르게 장렬하게 모습이 드러난다. 이제 대지의 모든 생물은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꿈틀 거리기 시작 할 것이다. 나는 눈이 너무 부셔 견디기 어려워 선글라스를 강한 것으로 바꾸어 썼다. 그리고 양팔을 벌리면서 외쳐본다. “오 솔레 미오(O Sole Mio)” 태양의 강한 에너지가 가슴으로 다가옴이 느껴진다.
어제 저녁 휘황찬란했던 달은 아직도 모습이 그대로이다. 그 속에 계수나무 옆 토끼 한 마리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밤새 소임을 다 하고 태양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서쪽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나도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집으로,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내 딛기 시작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권선배님 뒷풀이 감사했고 김선배님 매실주도 일품이었읍니다.
O Sole Mio
영원히 빛날지어다. 둥근달아 너도.
Neapolitan lyrics
Che bella cosa e' na jurnata 'e sole n'aria serena doppo na tempesta! Pe' ll'aria fresca pare già na festa Che bella cosa e' na jurnata 'e sole. Ma n'atu sole, cchiù bello, oje n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O sol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sta 'nfronte a te! Quanno fa notte e 'o sole se ne scenne, me vene quase 'na malincunia; sotto 'a fenesta toia restarria quanno fa notte e 'o sole se ne scenne. Ma n'atu sole, cchiù bello, oje n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O sol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sta 'nfronte a te! |
English translation What a beautiful thing is a sunny day! The air is serene after a storm, The air is so fresh that it already feels like a celebration. What a beautiful thing is a sunny day! But another sun, that's brighter still, It's my own sun that's upon your face! The sun, my own sun, It's upon your face! It's upon your face! When night comes and the sun has gone down, I almost start feeling melancholy; I'd stay below your window When night comes and the sun has gone down. But another sun, that's brighter still, It's my own sun that's upon your face! The sun, my own sun, It's upon your face! It's upon your face! |
당신 얼굴은 정상의 해와 달,
당신에게 나는 어떤 모습인가 ?
Thanks for your visit.
Peter Lee
- 이전글REI used gear SALE 11.08.16
- 다음글산마루에 내려온 보름달 11.08.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