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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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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terLee
댓글 0건 조회 495회 작성일 1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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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outu.be/Fp_Maa2I8Og

 

 

감동의 하루 

 

오늘은 산 하신토(Mt. San Jacinto)산으로 향하는 날이다. 며칠사이 비가 제법 많이 와서 산에는 눈경치가 기대된다. 어제는 하시엔다 언덕 위에 새집으로 이사한, 오랜 친구의 저녁 초대에 참석하고 좀 늦게 귀가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집을 향해 언덕에 들어서니, 내 집이 하얗게 덮여 있는 모습이 어둠 사이로 보였다. 높이가 해발 2,000ft가 되니 비대신 눈이 내린 것이다. 전에도 가끔 밤사이에 눈이 조금 내렸다가 아침이면 금시 녹곤 했으나 이렇게 많이 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 주택가에서는 보기 드문 경관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려니 차 위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앞 유리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뉴스나 산속에서 보던 모습이 지금 내 집, 내 차에 나타난 것이다. 야아~, 벌써 흥분된다. 시간이 촉박하여 운전석 앞 유리에 작은 얼음 구멍만 만들고 조심스럽게 언덕을 내려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차가 없어 다행이었다. 차 안이 훈훈해지자 얼음이 녹기 시작 하더니 덜커덩하고 얼음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면서 눈 덮인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210번 고속도로 좌측 앤젤레스국유림에는 자로 그은 듯 일정 높이부터 하얀 눈이 덮여있다. 근래에 없었던 풍경이 오늘 아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은 흐트러진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날씨가 제법 차갑다. 붉은 구름과 태양도 추위에 견디다 못해 사라지고 회색 구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정오 전까지 높은 산에는 간간이 눈이 내린다는 예보이다.  

“야~, 멋있다. 여기 LA 맞아….” 동승한 이들이 엘에이에서는 찬사를 보낸다. LA에서는 스키와 골프 그리고 썰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LA 찬가가 저절로 나온다. 앞에 나타난 눈 덮인 하신토산이 구름과 어우러져 전혀 다른 산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은 케이블카로 중간까지 간 다음 산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블카로 입구에 도착했다. 이것이 웬일인가. 안내원이 케이블카 선이 얼어서 운행 할 수 없고 오후에나 운행이 재개 된다고 한다. 코스를 바꾸어야만 한다. 어디를 가나 어젯밤 폭설로 높은 산을 향하는 산의 도로가 차단되었을 것이고 더구나 주차장은 눈이 치워졌을 리가 없다. 가까운 아이들와일드(Idlewild)지역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산길 주변은 크리스마스카드 그림 그대로였다. 마땅한 감탄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좋다. 풍경에 빨려 들어가 내가 없음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세속도 안중에 없다. 이것을 설경삼매라고 부르는 것인가.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한 대로 제설은 엄두도 못 내고 제설차는 입구에 그냥 서 있다. 비집고 주차를 하고, 눈으로만 보아 온 눈을 발로 직접 밟기 시작했다. 소복이 쌓인 눈이 너무나 순결하여 밟기가 망설여진다. 설피로 발자국을 만들며 한발 한 발 내딛는다. 보드득 보드득 소리가 정겹고, 두 줄로 가지런히 새겨진 발자국이 참 아름다웠다.

지나온 삶의 내 발자국은 어떠한 모습일까? 또한, 그 발자국은 어떤 소리를 냈을까. 궁금해진다. 양옆에 늘어선 고송의 가지는 눈과 어름 무게에 힘겨워 축 늘어져 있다. 솔잎송이마다 눈송이로 변하여 우리를 맞이한다. 좌측에 그 유명한 자살바위는 머리만 살짝 내밀며 반긴다. 오늘만은 이 바위는 자살바위가 아닌 천사바위이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눈이 녹을 새라 수시로 태양을 가려 주고,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햇빛이 얼음 꽃 표면을 반사되어 찬란하다. 무어라고 불러보나. 노랫가락으로 한번 읊어 본다.

“솔잎마다 에메랄드 / 모양새도 가지가지 / 임도 없는 그 소나무 / 누굴 위해 안고 있나”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얼음 꽃은 에메랄드색이다. 그러다 다시 태양이 비추면 반짝이면서 수정이 된다. 수고한 자만에 보여 주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야 정말 좋다”라며 탄식한다. 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말이란 원래 감추려니 복잡하고 길어지는 것이고 진실의 표현은 항시 간단하지 않은가. 모두 한 마음으로 엽서 속의 주인공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냥 걸었다.

예상대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금시 주변은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눈이 펑펑 내리니 시야가 가려 더는 움직일 수가 없어 돌아서기로 했다. 오늘은 정상에는 서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대원 한 분이 보이지를 않는다. 예측하건 막연히 이것이 지름길이거니 하고 다른 방향으로 들어선 것 같다. 구조대를 편성하여 발자국을 따라 찾아 나선다. 산에서 눈을 맞이하면 정상적인 길로 걸어야 한다. 추측은 금물이다. 모두 흰색이여 방향감각이 흐려지고, 눈이 쌓인 깊이도 알 수 없어 조난당하기가 쉽다. 다행히 구조되었다. 좀 걱정은 했어도 산에서 받은 감동이 어느 때 보다도 커서 그런지 금시 즐거워들 한다. 모두 하얀 카펫 위에 서 본 모델이다.

애들이 어릴 때에 겨울이면 자주 찾던, 엽서 속의 작은 겨울 마을 아이들와이들, 이곳 한 커피숍에 들렸다. 커피 잔을 양손으로 감싸고 서성이며 창밖을 바라보니, 아이들이 눈싸움하며 뛰노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애들이 어려서 이곳에서 뛰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 시골 내 고향 어린 시절이 생각나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집을 향해 나섰다. 언덕 저 멀리 서쪽 하늘에는 구름이 흐트러져 도시를 덮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과는 아무 상관 없는, 먼 거리라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정적만 감도는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삶의 현장들이 끊임없이 재연되고 있으리라. 때로는 모르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약이다 '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이 모름, 잊어버림을 위하여 오늘도 산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나의 정신 영혼 마음도 시공을 초월하여 머무름이 없는데, 막연한 느낌을 실제인 양 시비에 기준으로 삼고 아귀하며 사는구나하는 생각도 해본다.

기우는 태양은 하늘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 가면서 바다 저편 세계로 서서히 잠기고 있다. 온 도시는 붉은색에 휩싸여 불타는 것 같았다. 옆 좌석에서 “저기 불이 난다”고 외친다. ‘네~, 정말 온 도시가 불타고 있습니다.’ ‘로마는 지금 불타는 중’이라고 마음으로 중얼거려본다

 

뒷풀이 맥주한잔 크 이맛이다.  감동의 하루였읍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부르스님 뒷풀이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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