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해 첫날(Mt. Baldy 정상 사진첨부)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토끼 해 첫날(Mt. Baldy 정상 사진첨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PeterLee
댓글 0건 조회 484회 작성일 11-01-03 00:00

본문

Baldy 1-1-11.docx  

 

새해 첫 날

   

매년 12월 마지막 날이면 나에게는 선택해야 할 일이 있다. 새해 첫날 산에 갈 것인가, 아니면 로즈 퍼레이드를 관람할 것인가. LA 인근 눈 덮인 산을 직벽으로 오르며 건강을 점검하고 정상에서 인근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내 집에서 10분 거리에서 펼쳐지는 로즈퍼레이드를 직접 관람하는 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퍼레이드는 녹화로 볼 수 있기에 올해도 역시 산행을 택했다.

 

로즈퍼레이드는 동부에서 이주한 이들이 고향에 사는 이웃을 따스한 캘리포니아에 초청하여 각종 경기를 함께 즐기고 동부 겨울에 보기 어려운 풍성한 꽃을 이용 여러 행사를 개최하였는데, 이 행사의 전야제로 꽃차를 만들어서 퍼레이드를 실시 한 것이 시작이라 한다(1890). 그 후 밴드, 모터사이클과 말 등 동물을 참여 시켰다. 1902년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풋볼 경기를 일월 말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행사가 끝난다. 그러나 집 앞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지만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산으로 향하는 새해 첫날 이른 아침 공기는 유난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아직 꿈속이고 매우 붐비던 고속도로도 오늘은 매우 한산하다. 발디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파세데나 지역만이 퍼레이드 준비차량으로 붐비고 있었다. 차안에는 커피향이 그윽하고 사라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노래가 이 아침을 유난히 감미롭게 만들고 있다. 저 멀리 동쪽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서로 어우러져 붉은색을 토해내고 있고, 그 모습은 희망찬 한해를 예고하는 듯했다. 좌측에 모습을 드러낸 발디산 정상에는 한조각의 구름이 떠오르는 태양에 비추어져 보라색과 붉은색 그리고 짙은 분홍색로 변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찾으니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해 아침 단골손님이 배낭을 정리하고 있었다. 약속 없이도 매년 만나는 이들, 모두 산을 통한 오랜 친구들이다. 그중 Brian은 알라스카 디날리산을 같이 등정한 경험이 있고, 일본인인 Shin Itzi는 자신의 조상이 분명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친구이다. 몇 개월 전에 Baldy산을 100회 올라 정상에서 파티를 열은 Baldy Man이다.

   

9시경 중간 지점인 Ski Hut에 도착했다. 어제 산에서 새해를 맞이하러 온 등산 클럽 동료가 반가이 맞이해 준다. 이구동성으로 “Happy New Year”로 인사를 한다. 그냥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니기 바란다. 한 동료가 내게 떡국을 권했다. 날씨가 쌀쌀하고 시장기까지 있어 따듯한 떡국이 특별히 맛이 있었다. 우리 전통적인 새해 아침 식사인 떡국을 산속에서 먹을 수 있다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이곳까지 운반해 준비해주신 산길 동료에게 고마울 뿐이다.

어제 저녁에는 20년 넘게 Tennis 를 같이 즐긴 옛 친구들과 함께 친구 집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는 반가운 친구들이다. 건강문제가 화제이니 이젠 모두 나이가 든 것이 분명했다. 오랫동안 벗이 되어준 고마운 분들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직벽에는 3명만이 오르고 있었다. 내가 아마 새해 4번째로 등정하는 것 같다.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주위 산에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오후에는 눈이 내린다는 예보지만 카탈리나 섬이 보일 정도로 청명했다. 한 달 전 이곳에서 악천후로 한 여성 산악인이 추락하여 세상을 달리했다. 추락장소가 목전에 닿으니 갑자기 숙연해진다.

   

정상 고목에 맺힌 얼음꽃이 강한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어찌 아름다운지 언어로 표현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라리 표현을 멈추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았다. 우리는 눈꽃을 감상하지만 눈보라의 혹독한 겨울 날씨를 어떻게 견디어 왔을까. 거친 세월들을 겪어가며 산을 지키다가 마침내 쓰러져 때로는 등산객에 앉으라고 몸까지 내주는 정상의 고목, 산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떠올라 마음을 숙연케 한다. 오늘 새해 아침에는 더욱 그러하다. 어제 시집을 냈다며 책을 건네준 친구는 이 경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나의 능력으로는 불가 하여 가슴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재치 있는 신이찌(Shin Itzi)가 내가 사진기가 없는 것을 알고 몇 장 찍어 주었다.

   

하산하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에는 5~6 대 차랑 밖에 없던 산길이 온통 차로 가득 차 있었다. 새해 첫날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눈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 나와 함께했던 그 모습들이 스치면서 눈 위에서 즐겁게 뛰어 노는 꼬마들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모처럼 애들과 함께 저녁이나 함께 할 수 있을까 하고 서둘렀지만 하산 길 차량들이 워낙 거북이걸음을 하니 접기로 했다. 애들도 다 바쁘겠지 하면서 덕분에 석양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면 여러 계획을 세우며 다짐을 해본다. 그러나 첫날부터 카메라와 Snow Shoes를 안 가지고 온 것, 애들과 같이 저녁 하겠다는 망상 등으로 시작하고 있다. 좀 늦게 집에 도착하니 TV에서는 로즈퍼레이드가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매년 반복된 생활을 하고 있을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