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房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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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房 Coffee
지난주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특이한 커피를 맛보았습니다. 추수감사절 연휴 때 작은 아이가 S.F.로 올라가고 집사람이 내려와서 옛 일터에서 알게 된 몇 분과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모임에 따라나서 식사 후에 옮긴 커피 전문집에서였습니다. 30-40 여 년 전, 고국 어느 곳이든 빠지지 않고 있던 다방(茶房)에서 나오던 커피를 모방해서 팔고 있습니다.
L.A. 한인타운 한복판,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한 점포. 내부는 평범한 구조이나 야외에 꾸민 노천(露天)카페가 특이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나뭇가지에 색색의 네온사인을 걸쳐서 담장을 만들었고, 이는 사방(四方) 모두를 밖과 차단합니다.
정원 한가운데는 높이가 30-50 미터는 족히 될 야자수(Palm Tree)가 기둥에도 네온 전깃줄을 감고서 하늘을 찌를 듯 버티고 있습니다. 넓은 노천의 찬바람을 덥히려고 가스를 태워 열을 뿜는 온열기구 4개가 역시 하늘로 향하고 있고, 한쪽에는 쪼갠 통나무들을 가득 쌓아놓았습니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주위를 돌아보자, 흰머리에 쭈그러진 피부, 완연한 노인네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야자수를 중심으로 모닥불을 갖춘 테이블들이 널찍널찍 떨어져있고, 대여섯 명씩 무리를 지어 앉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거리가 멀고 밤이어서 잘 보이지 않으나, 여유 있고 생기에 찬 모습들입니다. 특히 입구에 비치된 모포를 가져와 무릎아래를 덮고, 윗몸을 가깝게 기우려 어깨가 맞닿은 커플들의 정겨운 모습은 노천카페에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주문받는 종업원들도 남녀 모두 키가 훤칠한 젊은이들이 생기발랄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메뉴에는 생소한 이름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 단 한 가지, 다방커피(茶房Coffee)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안내한 분의 설명에 의하면, 고국의 60-70년대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기차역 앞 2층에 자리 잡은 다방, 축음기에서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오고, 하이힐 신은 레지 아가씨들이 주문받고, 내 돈 내고 마시는데 크림과 설탕 양껏 넣어야만 만족했던, 그 맛을 재현했다고 합니다.
일행 세 분이 이 다방커피를 주문했고, 단 것을 싫어하는 집사람은 레귤러커피, 쓴맛이 싫은 저는 거품과 함께 나오는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을 주문했습니다. 레귤러커피는 보온병에 담겨져 나왔고, 다방커피는 커피 잔이기보다는 사발 비슷한 큰 용기에, 거품을 안은 커피는 정말 대접만큼 큰 용기에 나왔습니다.
이곳의 커피 값은, 맥도날드의 Senior Coffee는 지역마다 조금 다르지만, 60센트에서 85센트이고, 어쩌다가 일 년에 한두 번 들르는 체인 점포 Starbucks 에서도 $3.50에서 정도입니다. 메뉴에 표기된 다방커피 한잔은 $5.50(한화로 6천원이 넘습니다), 거품커피는 $6.50 이고 여기에 세금과 봉사료가 더 붙습니다.
이제껏 운치(韻致) 있는 노천카페로만 여겼던 생각이, 가격표를 보고서 바뀌어 정원을 꾸민 자릿값이 포함되었다고 해도, 그리고 자본주위사회에서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투자해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었다면 뉘인들 탓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늙은이의 고루한 생각으로는 커피 값을 수긍(首肯)하기 어렵고, 이는 비단(非但) 가벼워진 주머니 탓만은 아니라고 애써 사족(蛇足)을 답니다.
이곳을 안내해 준분은 이곳서 학업을 마치고 전공을 살려 자기사업을 하는 40대 후반의 경영인입니다.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이날 자리 잡고 앉아있는 손님들 대부분은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벌어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비싼 값의 커피를 즐기는지, 아니면 부모 잘 만나서 혹은 고국에 있는 졸부(猝富)를 부모로 둔 덕분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특이한 커피에 매혹되지 않았고 맛은 씁쓰레하기만 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으니, 색다른 커피한번 맛보았다고 여기고 나섰습니다. 이 다잡은 마음을 지니지 못하게 한 일이 곧바로 있었습니다.
봉사료(Tip)는 주는 이가 서비스를 받은 만큼 합당한 액수를 주는 것이고, Valet Parking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종업원이 차를 차고에 옮겼다가 다시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물정을 모르기도 하거니와 발레파킹을 맡겨 본지도 오래되어, $1 지폐를 내밀자 $2.이라고 응대합니다. 채워주자 박스에서 키를 꺼내어 내밀면서, 언덕아래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가리킵니다. 하기야 Benz, BMW, Lexus 등 고급차들이 즐비한데 왜소한 Honda Civic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겠습니다.
퇴근 시간이 끝난 F'way 10 동쪽방향 도로는 막히자 않아 오래된 차이지만 시원스럽게 달려줍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나이 들었으면 늙은이답게 조신(操身)해야지, 왜 젊은이들 세태(世態)에 기웃거려 ‘젊은 물’을 흐려놓고 사서 눈총을 받았느냐고, 그리고 왜 쓸데없는 생각으로 자학(自虐)하느냐고 자신을 힐책(詰責)하게 했습니다.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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