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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머리에 三角洲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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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560회 작성일 10-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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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머리에 三角洲가…

  

   산에 내리는 비는, 가랑비도 소나기도 심지어 폭우도 산비가 됩니다. 이 산비는 단비(甘雨)입니다. 나무와 풀에 생기를 돋우고, 굳어진 대지(大地)를 보듬어주어, 숲에 향기를 머금게 합니다. 단비가 산자락이 만나는 계곡을 휘돌고, 평야를 거쳐 하나로 모여 강(江)을 이룹니다.

   태곳적부터 유구히 흐르는 강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의 찌꺼기를 씻어내어 삼각주(三角洲)를 만들고, 그리고는 바다로 들어가 끝내는 해무(海霧)로 승천(昇天)합니다.

 

   칩거(蟄居)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시청청사 사이에 아직은 퇴락(頹落)하지 않은 상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60-70년대의 종로나 명동거리처럼 자그마한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옛적의 이발기구들을 선반에 올려놓고 장식용으로 “Hair Cut 25¢, Shave 5¢” 푯말이 붙어있는, 오래된 이발관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발의자 6 개가 일렬로 놓여있는데, 이발의자 앞과 뒤로 커다란 거울이 양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발관에 달린 거울은 대부분 이발의자 앞(머리 깎이는 얼굴을 보여주는)에만 있으나, 이곳은 뒤에도 앞보다 큰 거울이 또 있습니다.

   졸자는 어디에 있는 이발의자든 앉으면 으레 끝날 때까지 꾸벅꾸벅 졸다가 깨워주어야 일어납니다. 이사(移徙)해서 세 번째로 찾은 이날, 졸지 않고 앞뒤로 잘려나가는 흰 머리카락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마도 다니고 있는 산악회의 총회와 송년회 모임에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졸음을 쫓아내었나 봅니다.

   한순간, 뒷머리에 강이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뒷머리에 번들거리는 두피(頭皮)가 길게 늘어나 삼각주인양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하게 시작한 원형탈모증이 세월 따라 아래로 쳐져 내린 것입니다. 다행이도 옆으로 번지지 않고 이마 위와 귀 옆에는 흰머리가 그런대로 자리해서 앞에서는 쉽게 눈에 띠이지 않습니다.

   머리 위의 중간에서 뒤쪽에서 시작한 탈모를 처음 안 것은 2년이 넘습니다. 아는 분의 자동차 뒷좌석에서, 눈에 들어온 운전대 잡은 그분의 뒷머리가 그러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집사람이 경대 앞에 졸자를 세워놓고 작은 거울로 뒷머리를 보여주며, “사돈 남 말하였네.” 핀잔했습니다.



 

   한 방울의 단비가 해무로 승천하기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목숨 붙어있는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아니 하겠습니다. 뒷머리의 삼각주는 졸자에게 이제 남은 삶을 마무리할 때임을 알려주려 현신(現身)한 것입니다.

   “세월의 물살은 나이 듦에 비례해서 빨라진다.”는 경구를 다시금 수긍하게 합니다. 일 년 전의 생각을 되짚습니다.

  

   五尺 短軀 / 비쩍 마른 가냘픈 몸매 / 늘어 쳐진 주름

   저승使者 검버섯 / 얼굴 팔 온몸 縱橫無盡 모자라 / 削髮로 내보인 頭皮에 萬國지도

   삼각 눈썹에 새치 솟고 / 검은 눈동자 聰氣 풀어져 / 눈두덩 둔덕 쌓아

   거짓 배짱은 애당초 焉敢生心 / 에둘러대는 處世도 落第 / 눈매와 뺨살은 條件反射 바로미터

   해방둥이, 1·4 후퇴 때 고향 떠나 / 대구 부산 轉轉 인천 서울서 32년 / 驛馬煞 붙어 태평양 건너 起居 32년

   失鄕民­해외移住 二重멍에 짓눌려 / 설날 추석 명절 때마다 / 倍達겨레 鄕愁에 목매어

   늘그막 餘生 / 멥새 愚를 떨쳐내어 / 한 줌 흙으로 고이 돌아가고 져.

                                                                            졸문 自畵像(2009/09/30)

 

   後 記 : 이곳서는 노인네들도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티가 나고, 체구가 작은 졸자에게는 명탐정 셜록 홈즈나 어설픈 화가의 흉내를 낼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빵모자를 사러나가야 하겠습니다. (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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