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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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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ter Lee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1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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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삿날의  하루

 

    아침 어스레한 어둠 속에서 집을 나섰다. 산행하고 하산 길에 재미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산제에 참가하려고 혼자 나섰다. 그곳에 가면 정겹던 이들을 뵐 수 있어 기대되는 행사이다. 발디 산( Mt. Baldy)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저 너머 어둠을 깬 아침 해가 드려내려 하늘을 황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름 모를 화가의 장난 끼 있는 작품인 듯, 그러나 정교하고 섬세한 극치에 잠시 시간이 멈춰 졌다.

   

     발디 레인저 스테이션(Baldy Ranger Station )에 들어서니 역시 상쾌한 공기에 정신이 초롱초롱해진다. 수없이 들락거려도 그때 마다 새롭다. 산속 이른 아침 커피 향은 그윽하고, 손으로 감싸은 컵이 벌써 따사롭다. 이제 겨울인가 ?  오늘은 일찍이 혼자 산행을 하는 분들이 많다. 삶이 어차피 혼자라지만 무슨 사연인가? 아니면 그저 무심인가? 살짝 궁금해진다.

    이른 오전 정상은 매우 한가롭고 여유롭다. 구름은 저 아래, 세속은 그 아래로다. 그 속에서 누군가가 그리도 북적된다. 일그러진 고목만이 나를 반긴다. 모진 세월 겪으며 누구를 위해 서 있나, 그러다 몸져누워 삭아가는 고사목, 그러면서 앉으라며 몸을 내주는 고목이 안 탑 갑께 가슴을 조아린다. 말없이 산을 300년 지킨 사연을 풀어도 다 함이 없건만 8, 90년 우리 살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연은 고향, 고목은 스승 그리고 나의 어머니.

 

     산제장소에 도달하니 행사가 진행이다. 빙그레 웃으면서 맞이하는 돼지님, 입에 지폐를 잔뜩 물고 흡족한 모습이다. 그 입에 지폐 한 장 꾸겨 넣고 술 한 잔 권했다. 산에서 영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과 지난날 산행 중 크고 작은 재앙이 있었어도 그래도 그만하게 지켜주심에 고마움과 앞으로는 교훈 삼아 모든 산악인의 안전을 빌며 삼배도 올렸다. 한 잔 술로 감사와 안전을 간곡히 부탁하니 죄스럽기는 하지만 산신령 게서는 마음을 받아 주시리라 믿는다.

    준비하신 음식 손길 정결하고 감미롭고, 옛 동료 허탈 웃음 추억이 새롭고. 막걸리는 역시 우리 술, 종류가 다양해도 주고받는 다정함 모두 같다. 정감에 젖어있는 하산 발걸음 유난히 가볍고, 여느 고산원정 등반 못지않게 가슴이 뿌듯하다. 몇몇 선배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기도 했지만···.

   

    하산 길 다시 들린 정겨운 산정식당 뒤풀이 맥주 한잔 언제나 꿀맛이다. 어둠이 깔리면서 타오르는 석양 이곳은 저녁인사(Good Night), 저곳에선 아침인사(Good Morning). 들판에 사슴처럼 쫓고 쫓기면서 사막의 신기루를 잡으러 달려오니 삶은 어느덧 가을, 언제 참 나가 원하는 데로 살아 볼 건가. 고속도로 차들은 어디론가 분주하다.

 

행복 하십시오.

 

Pete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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