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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二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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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524회 작성일 1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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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二題

 

● 우박, 瑞雪의 베풂

   이달 세 번째 토요일인 16일, F'way 10으로 바로 가지 않고 Hemet 지역의 H'way 74로 돌아 Idyllwild로 들어섭니다.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안개, 마치 계곡과 계곡을 맞닿아 산자락 전체에 흰 물감을 풀어놓은 듯싶습니다.

   Humber Park에서 오르기 시작한 길섶에는 도토리와 아직 가냘픈 외쪽날개를 달고 있는 잣(柏子)들이 지천으로 널려져있습니다. 위에서부터 내려 부는 바람은 좀은 쌀쌀합니다. 하늘은 뭉게구름을 안고서 드높은 푸르름을 떨칩니다. 계절의 순환을, 사막지역의 산에도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여실히 가르쳐줍니다.

   Saddle를 지나고부터 구름이 몰려오고, 가파른 Tahquitz Peak에 오르기 직전에는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곧이어 소나기로 바뀝니다. 산불전망대(Look Out)에 오르자 급기야 우박으로 변해 세차게 내려칩니다.

   연세가 지긋한 여성 Ranger가 안으로 들어와 대피하라고 권합니다. 전망대 창밖은 온통 잿빛의 ‘회색지대’(灰色地帶)로 돌변해, 하늘과 발아래가 하나가 됩니다. 바닷가 해넘이 때, 하늘과 바다의 합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근무자 1명과 먼저 들어와 있던 4명의 등산객에 일행 5명이 들어서자 정사각형의 작은 전망대는 꽉 찹니다. 간이침대와 취사용 오븐이 갖춰진 산불전망대는 새삼스레 이곳의 자연보호에 쏟는 열정과 정성에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15분쯤 지나자 우박이 가늘어져 밖으로 나섭니다. 내린 우박은 녹고 있으며, 드디어 하늘은 우박이 아닌 눈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계절 들어 처음 맞이하는 첫눈은 사람들에게 상서로움을 안겨준다고 하여, 예로부터 서설(瑞雪)이라 일컬어왔습니다.

   해발 8,826피트에서 맞는 첫눈의 느낌은 남달랐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생명이 있든 없든 땅 위의 만물에 공평하게 나눠줍니다. 소록소록 내려 사뿐사뿐 내려앉습니다. 사람들이 훼손한 자연을 치유하려 더러움을 감싸 안고,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오만불손도 눈으로 깨끗해 씻겨줍니다.

 

● 작은 새 되고 지고

   지난 주 토요일인 23일, Cucamonga Peak에 6월 13일 처음 다녀온 후 넉 달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불과 1백30여일이 지났지만, 일주일 동안 계속 내린 비로 추록(秋綠)이 완연합니다. 무섭게 내려쬐이던 햇살로 누우렇게 타들었던 숲은 이제야 본래의 푸르름을 되찾기 시작합니다. 고국의 신록(新綠)을 가을에 맞이하고 있습니다. 엷은 산안개에 싸여 더욱 그러합니다.

   여러 번 다녀 익숙한 길이지만, 계절이 바뀌고 있기에 나무들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고국이나 동부지역에서처럼 타는 듯 한 붉디붉은 색깔이 없어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기에는 머뭇거리게 되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마쳤기에 비록 푸석한 누우런 색깔일지라도 가슴에 다가옵니다. 하지만 왠지 측은한 느낌도 따릅니다.

   Columbian Spring을 자나자 새파아란 하늘이 위에서부터 내려옵니다. Saddle에 이르기까지 굽이굽이 돌아오를 때마다 산안개가 띠를 펼쳐놓은 듯이 하늘과 땅 사이를 가로 막습니다. 8,859 피트에 자리한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하늘은 글자 그대로, 일망무제(一望無際)입니다.

   땅위에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든 흔적은 깨끗이 지워져, 온 사방이 끝없이 펼쳐진 산안개의 선계(仙界)를 이룹니다. 하지만, 몇 백 년 동안 굳건하게 버티고 서있는 소나무와 잣나무들은 그들의 한해의 삶의 결실을 가지 끝에 매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사목(枯死木)들도 처연하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 대자연의 전망(展望) 앞에서, 오래전부터의 가슴앓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꺼내기 싫은, 단어‘해코지’가 다시 떠오릅니다. 마음비우기는 정녕코 다다를 수 없는 피안(彼岸)의 저쪽인가 봅니다.

   한 마리 새, 아주 작은 새가 되어 나래치고 싶습니다. 저 푸른 하늘 아래서 내려와 하이얀 구름을 모두 품에 안고, 산안개를 넘나드는 저 이름 모를 새처럼 나래 펼치고 싶습니다.

   산안개에 하염없이 빠져 있다가 고개를 돌리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파랑과 빨강 색깔의 원색대비(原色對比)가 다가왔습니다. 바위 위에 걸터앉은 한 쌍의 젊은이가 입은 방풍 윗도리가 빚은 아름다움입니다. 산마루에서의 인물사진(Portraiture)의 모델로 적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허락받아 찍고 보여주고 초상권 사용까지 얻는 행운을 얻습니다.

   Saddle에 내려오자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오를 때 처음 목을 축이는 암벽과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희뿌연 잿빛의 세계가 펼쳐져집니다. 주차장은 짙은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追 稿 : 어제, 고국의 한 정치인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꿈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대권(大權)을 지향하는 그다운 답변입니다. 하지만 늘그막에는 남에게 누(累) 끼치지 않고 욕(辱)됨 없이 여생(餘生)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먼저 가신 많은 분들은 남긴 저서에서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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