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오르내리며 5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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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문에 김승옥님의 글 네 구절(句節)을 허락받지 않고 옮겼음을 뒤늦게 깨닫고 지웠습니다. 김승옥님께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아울러 읽어주신 분과 댓글 주신 모둔 분께도 혜량 부탁드립니다.
뒷산 오르내리며 5 (고쳤습니다)
창밖으로 추적추적 가랑비(細雨)가 내리고 있습니다. 희뿌연 구름이 하늘은 몽땅 점령해 좀은 우중충하지만, 두 달 전 전지(剪枝)해준 아파트 단지 안의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 푸르름을 되찾았고 잔디도 해님을 맞이하려 동글동글 모여 있습니다.
어제 새벽녘, 뒷산에서 안개를 맞이했습니다. 동트기 전, 산이 내뿜는 숨소리는 더욱 고즈넉합니다. 온몸을 맡기자, 키 높이까지 내려온 이슬 알갱이들은 어머니 품안인양 부드러움으로 감싸줍니다.
햇살이 솟아올라 뿌리가 길어 올린 땅의 혼령(魂靈)으로 삶을 구가(謳歌)하라고, 나뭇잎은 안개를 돌돌 말아 은구슬로 빚어 하늘로 떠받치고 있습니다. 발걸음을 위로 옮기는 만큼 산안개도 같이 오릅니다. 아니, 안개가 흐르면서 등을 떼밀어줍니다.
늘 다녀 익숙한 길이건만, 어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자동차로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갈 때, 5번 F'Way Tenjon Pass(해발 4천여 피트)에서 갑자기 마주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안개가 다시 찾아온 듯싶기도 하고, 마치 꿈속에서 일망무제(一望無際) 한가운데에 떨어뜨려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는 불현듯 김승옥의 대표작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으로 이끕니다. 아주 오래 전, 45여 년 전쯤에 처음 읽은 이 소설이 불쑥 떠오른 것은 전혀 뜻밖입니다. 내려와 바로 책을 찾아 펴듭니다. 꽤나 꼼꼼히 읽었다는 기억과는 달리, 책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모든 책들은 읽는 이가 지은이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전달해 주는가, 봅니다. 특히 나이 들고서 다시 읽을 경우 젊었을 때의 느낌은 크게 바뀌는 듯싶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쾌 두터운 구름이, 그제 낮에는 가랑비까지 내려 뜨겁게 달구던 사막(沙漠)지대의 햇살을 주저앉혔습니다. 일요일인 그끄제에 Mt. Baldy에 근 일 년 만에 다시 오르자, 여름이 지나갔음을 드높은 하늘과 차가워진 바람이 1만 피트가 넘는 정상에서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예로부터, 세월의 물살은 나이 듦에 비례해서 세지고 소리도 커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만은 예외로 젖혀 놓고 싶어서, 그 세지고 커진 소리를 더디 듣거나 애써 외면하려 든다고 합니다.
日暮鄕關何處是, 해는 저무는데 고향은 어디메뇨
煙波江上使人愁, 강 위엔 안개 서리어 나로 하여금 시름에 잠기게 한다.
홈피 한문24강에서 두 구절을 인용하고, 때때로 웅얼거리며 잦아지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완연한 가을 문턱에서 애써 달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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