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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66일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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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698회 작성일 1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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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電光石火, 세월은 번갯불처럼 찰나에서 찰나로 스러져 간다는 표현이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절실히 다가오는 ‘歲月如流’ ‘무상하다’ ‘덧없다’ 등과 함께 膾炙됩니다. 그리고 歲月은 이 찰나의 순간순간을 어느 누구도 결코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수 없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大地,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돔을 한해로 정하고, 이를 다시 한달 하루 한시간으로 나눴습니다. 한해에 한줄 덧붙여지는 나무의 나이테도 이와 같습니다.

오늘 6월 15일, 금년 들어 1백66째의 하루를 보내고, 1백99일을 남기고 있습니다. 보름 후 7월이 시작되면 금년 한 해의 꼭 절반을 과거의 時制로 넘기게 됩니다.

  

   꼬맹이 때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바람은, 이제 예순다섯 개의 星霜을 넘어오고서, 살아있음은 죽음으로 내딛는 旅程임을 깨닫는 實存으로 바뀌어졌습니다.

   이른 아침 뒷산마루에서 昇天하는 안개에 우두망찰 빠지곤 합니다. 火魔가 휩쓴 枯死木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이곳의 어느 산이든 해발 6, 7천 피트 이상에서 흔히 만나는, 삶을 마친 아름드리나무들의 거대한 殘骸는 늘 마음가짐을 숙연하게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해발 9천4백 피트에서 위엄 있게 버티고 있는 樹齡 1천5백년의 Limber Pine 소나무(Wally Tree)는 왜소한 졸자를 더욱 움츠려들게 했습니다.

  

   금년 들어서부터 눈 덮인 겨울산행에 빠져들어, 모임에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오를수록 天上이 내려준 白雪이불을 덮고 있는 흙과 짙푸른 파아란 하늘, 그리고 키 높은 소나무의 향기, 이를 모두 품안은 寂寥의 자연은 廣大無邊합니다. 여기에 나 또한 하나의 생명체로 歸依하면, 자연은, 산은 언제나 부드럽고 넉넉하게 품안아 줍니다. 이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 모두의 살아있는 생명의 源泉임을 더욱 확연하게 가르쳐줍니다.

   세찬 비바람에도 굳건하게 버티어 온 古木들이 겨울철에 들어서 가지가 꺾여 넘어집니다. 솜털처럼 가벼운 눈이 風霜을 이겨낸 가지를 꺾는다고 합니다. 가볍고 유연함이 무겁고 꼿꼿함을 제친다는, 책에서 읽은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툇돌에 落水도 이와 같습니다.

   겨울 산행은 길(trail)을 따라 완만히 오르기보다는 일직선으로 바로 치오르는

때가 많습니다. 내린 눈이 원래의 자연의 모습 그대로 되돌리려고, 사람들의 발자취가 만든 길을 감춰버렸기 때문입니다. 굽이굽이 돌 때의 숨쉬기로는 턱없어 가쁜 숨을 내쉽니다. 늘어난 폐활량은 皚皚한 백설과 渾然一體를 이룹니다. 무릎과 팔꿈치에 힘이 들어가지만 정신은 해맑아집니다. 하여, 자연 앞에서 머리는 저절로 숙여지고, 마음은 겸허해집니다.

  

   얼마 전 入寂한 한 스님의 강론집 2권과 산문집 2권을 손닿는 곳에 놓고 두고 있습니다. 마음이 空虛할 때마다 펼칩니다.

강론집은 佛敎 한 영역에만 치우치지 않아, 종교와 무관하게 읽는 이 모두에게 감동을 줍니다. 산문집은 스님이 책에서 서술한대로 “사실 좋은 책이란, 두 번 읽을 가치가 없으면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한 구절에서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세월은 가지도 오지도 않습니다. 시간 속에 있는 사람이, 사물과 현상이 가고 오는 것입니다. 무상하다는 것은 시간 자체나 세월이 덧없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 속에 사는 우리들이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고 늘 한결같지 않고 변하기 때문에 덧없다는 것입니다>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삶이 기쁨과 고마움으로 채워질 때 삶의 향기가 배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향기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받혀주어야 신선감을 지속할 수 있다. 흙에 씨앗을 뿌려 채소를 가꾸듯 자신의 삶을 조심조심 가꾸어야 한다. 그래야 만날 때마다 새로운 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좋은 만남에는 향기로운 여운이 감돌아야 한다. 그 향기로운 여운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고마워하는 것도 내 마음에 달린 것이다. 화엄경에서 一切唯心造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뜻이다>

  

   6월이 지나가면 만 65세 문턱을 넘어 법적으로도 완전한 老人이 되기에, 시니컬한 마음을 글로 달래고 싶어, 어쭙잖은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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