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San Jacinto Peak : 2010-05-14 > 예전 산행 갤러리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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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산행 갤러리 복구

눈 덮인 San Jacinto Peak : 20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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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건한
댓글 0건 조회 30회 작성일 -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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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San Jacinto Peak

   지난 일요일(9일), 다니는 일요산행모임 일행 15명에 끼어, 남가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San Jacinto Peak(해발10,834피트, 약 3,290미터)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발로 걸어 오른 것은 2,290피트에 불과합니다.

   늘 모이는 장소에서 만나 합승으로 옮겨,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로 이름난 휴양지인 Palm Spring지역(LA 다운타운에서 150마일 동쪽방향)의 케이블카 승차장(Tramway)에 8시30분 도착, 9시에 출발한 트램웨이는 10여분 만에 거의 6,000피트를 일직선으로 치올라, 8,516피트에 내려놓습니다. 트램웨이는 다섯 개의 교각을 지나며 360도로 세 번이나 돌아 오르며, 위로는 아스라이 까맣게 높이 보이는 꼭대기, 바로 옆 창밖의 奇巖怪石과 절벽틈새의 식물, 아래로는 멀리 팜스프링 市街地를 Panorama로 펼쳐줍니다.

   트램웨이 기착지인 Long Valley 건물을 나오자, 날씨는 언제 흐렸나싶게 새파란 하늘에 작은 뭉게구름이 떠있는, 淸明 그대로입니다. Ranger station에서 등산 Permit을 작성하고 잘 구획된 등산로를 따라가자, 돌과 바위도 드문드문 있는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청량한 소리와 枯死木이 그대로 널브러져있는IMG_7726.jpg광경은 자연 그대로여서, 마음을 편안하게 보듬어 줍니다.
   皚皚한 白雪의 향연, 우람하고 키 큰 Timber Pine들의 威容은 수려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돋보이게 합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을 지니게 해 새삼스러이 大自然의 품에 안기기를 잘 했다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2 마일 남짓 걸어, 삼거리에 지하수가 올라오는 Round Valley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샌 하신토 정상까지 3.7 마일. 수북이 쌓인 눈으로 등산로는 바윗길과 이어지기도 하고, 산허리를 옆으로 지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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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기 시작한 바람은 호락호락 犯接할 수 없는, 高山의 위엄을 보여주는 듯싶습니다. 모자는 끈으로 목에 묶여져 있으나, 자주 뒤집혀져 내려와 앞이 보이지 않게 막습니다. 그런가 하면 봉우리를 돌때마다 등산로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게 합니다.

   오르기 시작해 4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1시 40분, 정상에서 100미터를 남기고 자리한 待避所에 이르렀습니다. 대피소 외벽을 바람막이로 둘러앉아 점심요기를 합니다. 세찬 바람은 산안개를 불러오고, 주위를 뿌연 잿빛으로 물들게 합니다. 곧바로 내려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찍으러 가파르게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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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이뤄진 정상은 평소에는 落石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워낙 많은 눈이 쌓여있어 봉긋한 雪原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언제 또 올 기회가 있겠느냐’는 생각은 저마다 커플이나 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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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拙者)을 찍게 합니다.

   오후 2시 30분,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내려오기는 오르기보다 좀은 수월하다는 통념은 금세 뒤집어집니다. 매서운 바람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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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온몸의 힘을 빠지게 부추깁니다. 오를 때 힘들었던 봉우리에 이르러서는, 눈 속의 높은 산행이 처음인 졸자에게는 불현듯 갇히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게 합니다.

   경험 많은 리더의 냉철한 판단은 정확해서, 한 굽이 돌아내려가자 지적대로 바람은 수그러졌습니다. 가슴 쓸어내리는 安堵, 긴장이 풀어지자 발걸음은 저절로 흐느적거립니다. 거의 다 내려와, 레인저스테이션에서 롱 벨리 건물까지 0.2마일의 거리가 쉽사리 닿을 수 없는 저쪽인양, 한없이 멀게 느껴집니다. 특히 건물 바로 앞의 시멘트로 포장한 급경사 언덕길은 마지막 남은 안간힘마저 앗아갑니다.


   저녁 7시에 내려오는 트램웨이 창밖으로 日沒의 햇살을 받아 더욱 돋보이는, 절벽 틈새에서 살아 숨 쉬는 키 크고 작은 갖가지 나무들, 그리고 이름 모를 무수한 잡풀들, 생명의 敬畏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이는 이런저런 괴로운 마음의 源泉을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찾으라는 계시인 듯싶습니다.
   눈 덮인 산 왕복 12마일, 8시간 30분에 걸친 산행은 높은 산에서 갑자기 변하는 氣象의 변화와 산행모임을 이끄는 지도자의 역할이 막중함을 몸으로 깨닫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행을 이끌어준 리더께 무한한 고마움을 드렸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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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님의 댓글

albert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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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겨울산행 왕초보가 분수에 넘치는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이 가슴 뿌듯한 희열을 고교 홈피에 올렸고, 산악회 홈피에도 올리고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사진과 함께 편집해 올려준 박종석 총무님께 고마운 마음 한아름 드립니다. 고국의 고교 홈피이기에, 산악회 이름과 김중석 선생님의 성함을 밝히지 않았음을 혜량 부탁드립니다. 유건환 拜</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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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산님의 댓글

애산 작성일

<p>사진을 보노라니 갑자기 닥친 기후 변화로 고생하신 것이 눈에 선합니다.</p>
<p>그래도 그 고생하심을 오히려 자연에 대한 자신의 겸손함으로 대신하신 글 참 감명깊게 읽었습니다.</p>
<p>고생하신 만큼 기억에는 오랫동안 남겠지요.</p>
<p>휘몰아치는 광풍에도 전원 정상하셨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nbsp; </p>
<p>가끔씩 산행후기에서 만나뵈면 정말 좋겠습니다. &nbsp;</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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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님의 댓글

albert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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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어렸을 때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한 가닥 끈은, 태평양 너머로 時空을 초월해 마음을 나누게 했습니다.&nbsp;</p>
<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무뎌진 글에 올려준 댓글은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p>
<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고맙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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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님의 댓글

k2 작성일

<p>이곳에 유선생님의 후기가 있는지 몰랐네요.</p>
<p>유선생님의 모습처럼 차분한, 조용함이 느껴지는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p>
<p>산하신토하면 저는 짙은 솔향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산이랍니다.</p>
<p>이번 산행에도 그런 솔향기가 그윽했겠죠???</p>
<p>고교 홈피에도 올리시겠지만 저희 홈피에도&nbsp;이런 귀한 글, </p>
<p>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p>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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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님의 댓글

albert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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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山은 언제나 찾는 모든 이를 자연의 품으로 안아 준다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그리고&nbsp;늘&nbsp;다짐합니다. </p>
<p style="TEXT-ALIGN: left" class="바탕글">과분한 칭찬은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共感해주어 고맙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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